'질병을 돌보되 사람을 돌보지 못하는 의사를 작은의사(小醫)라 하고, 사람을 돌보되 사회를 돌보지 못하는 의사를 보통의사(中醫)라 하며, 질병과 사람, 사회를 통일적으로 파악하여 그 모두를 고치는 의사를 큰의사(大醫)라 한다.'('추천사' 중에서)이 책을 읽기 전에 내가 막연하게 꿈꾸어 왔던 의사상은 슈바이처였다. 그러나 그가 제국주의를 옹호하고 백인우월주의에 빠져있었다는 사실은 나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물론 자신의 일생을 아프리카 원주민을 위해 봉사한 그의 업적은 칭송받아 마땅하지만 그는 사회의 좀 더 근본적인 문제점을 인식하지는 못했던 의사였다.그러나 나의 실망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사회의 문제점을 올바로 인식하고 그 사회에서 고통받고 있는 힘없는 민중들을 자신의 일부처럼 느끼고 진정한 휴머니즘을 실천한 의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바로 노먼 베쑨이다. 그는 뜨거운 인류애를 발휘하여 부조리한 착취의 세상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힘없는 민중들을 위하여 자신의 의술을 몸바쳐 사용한다.노먼 베쑨은 학계에서도 인정받는 훌륭한 실력을 가진 의사였고 따라서 안락한 생활이 보장되었다. 그러나 그는 결핵치료법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난한 민중들이 결핵으로 죽어가자 빈부에 따라 의료혜택의 차이가 나는 사회구조의 모순을 인식하게 되고 그 뒤로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역설한다.그의 뜨거운 인류애는 그의 사회적 인식과 맞물려 숭고한 가치를 형성한다. 그의 휴머니즘은 멀리서 파시즘으로 고통받는 타국의 민중들에까지 뻗쳐있었기에 그를 스페인으로 날아가게 만들었으며 더욱이 말도 안 통하고 피부색도 다른 생면부지의 땅, 중국까지 달려가게 만들었다. 특히 일본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중국의 인민들을 자신의 일부처럼 생각하고 부상병들을 자신의 아들이라고 부르며 치료해주는 모습은 한없는 감동을 전해준다.또한 그는 자신의 죽음을 무릅쓰고 전장에서의 적극적인 치료를 마다하지 않은 투철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살신성인의 소명의식은 실제로 전쟁수행에 커다란 도움을 주었고 게릴라전 의료의 새 장을 열게했다.요컨대 그가 인류에 길이 빛나는 업적을 이룬 원동력은 바로 올바른 사회인식과 뜨거운 인류애, 그리고 투철한 소명의식에 있다고 할 것이다. '노먼 베쑨'이야말로 진정한 '큰의사'라 할 수 있다. 앞으로도 그는 나에게 계속해서 '모범적인 의사상'으로, '실천의 스승'으로 남아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