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수학자의 변명
G. H. 하디 지음, 김인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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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린 겸손함을 가장 큰 미덕으로 배우지만 때론 그것이 가장 큰 결점이 되기도 한다. 하디는 이 시대 대 수학자답게(?) 그에 걸맞는 오만함으로 이 세상의 수학자를 변명하고 있다. 그는 수학자로의 자부심과 사명감에 한치의 주저도 없이 불타고 있다. 그래서 때론 그의 오만함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한없는 통쾌함을 맛본다. 그는 자신의 탁월함과 수학자의 천부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수학이 사회에 왜 공헌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회의를 품을만큼. 그에 따르면 고도의 수학은 고도의 지적 유희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것은 대중이 알고있듯 사회를 부정적으로 이끌지도 않으며 또한 역사를 진보시키지도 않는다. 다만 고도의 지적 능력을 가진 자들의 환상적 유희일 뿐.

물론 수학이 유희인 것은 아니다. 그가 수학의 실용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수학자들이 '수학'하는 것은 단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짧은 본문, 명확한 입장. 읽는 재미까지 있는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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