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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운동사 100년의 기록
이원보 지음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들어 노동운동에 대한 보수 언론과 자본 그리고 정부의 탄압이 극에 달한 듯하다. 기아차 채용비리, 한국노총 사무총장의 비리사건 등 언론의 먹이감으로 그지없이 좋은 얘깃거리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노동운동에 대한 국민들의 냉소적인 시선이 눈에 선하다. 하지만, 언론의 행태는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이 다시 한국으로 온 다는 소식이 파다하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김우중 회장에 대한 사법적 처리 문제는 어디 가고 한국 경제에 대한 공을 감안하자는 얘기가 떠 돈다. 기업가는 죄를 짓고도 몇 년만 숨어 지내면 죄가 사해질 수 있다는 해괴망측한 논리는 어디서 튀어 나온건지 기가 차다. 반면 노동운동에 대한 도덕적 잣대는 너무나 엄격하다.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가 얼추 백년이라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다. 87년 노동자 대투쟁과 함께 민주노조의 형성이 우리 노동운동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제 역할을 했든, 하지 않았든 '노동조합'과 '노동계급'은 한국에서도 한 세기를 통과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노동조합의 역사는 어떤 게 있을까? 한국노총은 단지 정권의 하수인 역할만 했을까? 우리 나라의 노동조합은 애초부터 '기업별'이고, 외국처럼 '산별'로 구성된 적은 없었을까? 이 책은 나에게 시각교정을 해 준 면이 없지 않다.
해방 이후 '전평'만이 '올바른' 노동조합이고, 그 다음 '올바른' 노동조합은 80년대 노동조합뿐이라는 단절적 사고는 노동운동의 침체기를 단절로 사고하는 경향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예는 이 책의 강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100년의 역사 동안 숱한 시련을 겪었지만, 노동운동은 그것을 돌파하고 성장해 왔다는 것. 이것은 지금 노동운동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과거의 운동은 어떻게 위기를 돌파해 왔을까? 지금의 노동운동은 어떻하면 과거처럼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까.
노동운동의 주변에 있지만 한국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노동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일독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