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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 동양고전에서 찾은 마음공부의 힘
신창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1월
평점 :
어렸을 때는 그랬습니다.
보모님을 보면서, 주변 어른들을 보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들이 그런 생각을 했을 거라
여깁니다. 어른이 되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곤란이나 부족함은 말끔히 사라질 줄 알았으니까 말입니다.
어른이 되면 맛있는 짜장면도 늘 사 먹을 수 있는 돈이 있을 것이고, 다른 사람에게
맛있는 거 먹고 싶다고 백원만 달라고 조르지 않아도 되고 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치를 안 보고 살줄 알았으니까요. 학교에서는 선생님 눈치를
봐야 하고 집에서는 부모님과 옆집 어른들의 눈치를 봐야 했습니다. 지금은 당장 나가서 놀고 싶은데 하기 싫은 공부를 하는 척해야 하고 숙제검사로
야단을 맞지 않기 위해 적당히 베껴서 숙제를 해야 하거나 낑낑대며 저 혼자 힘으로 숙제를 마쳐야 하기도 했습니다.
어렸을 때는 정말 그랬습니다. 얼른 어른이 되어 이런 상황에서 어서 벗어나 어른들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어른이 되어서 나는 여전히 세상과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중입니다. 돈을 벌게 되었다고
해서 마음대로 다 쓸 수도 없으며 또 마음껏 쓸 만큼 돈도 벌지 못하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내어주시던 숙제들은 또 다른 형태로 매일
숙제를 치르는 기분으로 살아가는 중입니다.
어렸을 때는 그래도 그나마 나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른이 된다면 ... 하고
희망이라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지금은 분명 어렸을 때보다는 삶이 더 힘들다는 것을 매일매일 느끼며 살아가는 중입니다.
신창호 교수님의 "마흔은 어떻게 단련되는가"는 동양고전을 통해 마음공부를 하자는
책입니다. 서두에서 마음에 대한 이야기와 공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공부는 책 제목만으로도 누구나 알겠지만 당연히
수학공식을 배우자 거나 영어를 공부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또 자기계발 서적으로의 공부를 의미하는 것 역시 아닙니다. 동양의 여러 고전을
통해 마음공부가 왜 필요한지 옛 선인들은 어떤 이유로 마음을 단련하며 살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십니다. 진정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길에 대해,
마음공부를 해야 하는 필연을 말씀해주십니다.
사실 누구나 사람이라면 다들 잘 알고 있을 마음의 평화에 대해서 혹은 마음의 안정에
대한 필요성은 늘 인간의 고민이었을 겁니다. 인간의 욕망은 그 끝이 없고 그 욕망을 만들어내는 욕심을 조절하기도 너무 어렵습니다. 갖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고 갖지 못하게 되면 패배감마저 들곤 합니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쇼핑은 현대의 레저라고 말입니다. 물욕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세상이 인터넷이나 소셜 커뮤니티로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다른 이들의 사는 행태를 쉽게 마주할 수 있게 되고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욕망을 더 끓어오르게 만듭니다. 그래 결정했어! 나도 저렇게 살거야! 라고 외치는 순간 그것을 이룰 수 있다면 참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그들이 사는 세상과 나의 세상이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에 느끼는 패배감과 굴욕감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것입니다.
그렇게 욕망의 굴레에서 쉬이 벗어나질 못하는 존재인 인간에게서 탈피하고자 예부터
지혜로운 사람들은 마음공부를 해오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묘비명에 성함 앞에 학생부군신위이라 적혀 있는 묘비를 자주 보게 됩니다. 그것은
유교의 관습에 의해서 쓰이는 글귀라고 합니다. 살아생전 관직을 얻지 못한 자의 묘비에 적는 글자입니다. 관직에 오르지 못한 학생이란 뜻이며
평생을 배움으로 보내는 인간에 대한 예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창호 교수님의 말씀대로라면 마음공부를 해야 하는 우리 모두는 학생인 것이며
유교적으로도 우리는 죽는 날까지 스스로를 깨우치고 학습을 해야 하는 학생입니다. 불교에서 부처의 가르침 역시도 진리를 찾기 위한 스스로와의
공부를 말씀하시는 것일 겁니다.
이 책을 받아드는 순간 아주 쉽게 이 한 권의 책으로 마음공부하는 방법을 혹은 수련을
할 수 있을 거란 얕디얕은 생각을 했더랍니다. 그런 내가 너무나 부끄럽게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세상에 그 어디에 그리 쉬운 얻음이 있겠습니까?
지금껏 평생을 살아오며 쉽게 가지게 된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시간만 흐르면 누구나 먹게 되는 나이 한 살 역시도 쉽게 얻게 되는 것이
아닌데 말입니다. 열두 달을 치열하게 싸워낸 후에 얻게 되는 그 나이의 무게를 ...
신창호 교수님은 책을 통해 마음공부를 해야 하는 보편적 필연성을 이야기하시며 그것은
삶을 관통하여해야만 하는 공부임을 말씀하십니다. 옛 성인들이 그렇게 하셨듯이 말입니다. 마음공부란 인간이라면 태어나 의식을 새기는 순간부터
해야겠지만 어린 시절부터 학업으로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어른들보다 더 바쁜 시절을 보내는 학창시절을 보내고 취업을 하여 한창 바쁜 해를 보낸
후의 마흔 즈음부터는 더 늦추지 말고 시작하자는 의미의 책 제목이 아닌가 합니다.
어른이라는 것 역시 단순히 시간이 지난 후에 누구나 나이만 들면 얻게 되는 타이틀은
아닌 듯합니다. 어른이라는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어른이 되기 위한 공부를 우리는 반드시 해야 하는 듯합니다.
책에 나온 원효대사의 말씀을 옮겨봅니다.
"천당으로 가는 길을 누가 막던가? 아무도 막지 않는다. 하지만 그곳에 가는
사람이 적은 이유는 세상의 번뇌를 자기의 재물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유혹이
없는데도 나쁜 세계에 들어가는 사람이 많다. 왜냐? 세상의 욕망을 마음의
보배로
삼기 때문이다. 그 누군들 마음공부를 할 생각이 없겠는가?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를 못한다. 왜냐하면 애욕에 매여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