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1
이수정 외 지음 / 민음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범죄 프로파일러로 명성이 높은 이수정 교수와

영화전문 기자로 유명한 이다혜 작가가 만나

신작 <범죄 영화 프로파일>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두 분의 조합이라

책을 손에 받기 전부터 궁금하고 기뻤고 또 반가웠습니다.





이 책은 영화 한 편 한 편을 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범죄 혹은 법적 사실에 근거하여 다시 살펴보고 있습니다. 사실 최근에는 영화를 그다지 즐겨 보고 있지는 않은 터라, 모르는 영화 내용이면 재미 없지는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이 또한 저의 기우였지요. 아는 영화는 아는 영화대로, 모르는 영화는 모르는 영화 대로 재밌게 읽었습니다. 물론 언급되는 사건들은 너무 화가 났고 무섭기도 했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범죄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선과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그 이야기를 통해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사실 범죄 프로파일러인 이수정 교수가 전문가라고 한다면, 이다혜 기자는 일반 시민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기 전에는 이다혜 기자는 일반인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역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특히 이수정 교수의 경우 평소 각종 미디어에서 자주 보아왔기 때문에 인간, 혹은 어떤 사건에 대한 교수의 혜안과 통찰력은 어느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내내 이다혜 기자의 깊이 있는 생각과 통찰력에 더 놀랐습니다. 원래도 기자로서 좋아하기는 했지만 이 책에서 나타난 이다혜 기자의 시선과 생각이 정말 좋았달까요. 역시 그저 일반인의 시선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아주 민감하고 예리한 감수성이었습니다. 저는 한 순간에 팬이 되어버렸죠.


책을 읽으며 그동안 범죄사건에 대해 너무 무뎌져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했습니다. 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조금 더 피해자 중심으로 생각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였어야 했는데 그저 뉴스에 나오는 하나의 사건으로만 생각해왔던 것은 아닐까. 너무 무관심하고 무감각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지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쉼터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좀 충격이었습니다. 그동안 가정폭력이 일어났을 때 피해자(대부분 여성)가 쉼터를 이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또한 너무나도 가해자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관념이었던 것이죠. 나름 사회복지를 공부한다는 사람이 인권적인 문제에 이토록 인권 감수성이 무뎠다니 하고 말이죠.


한 가지 재밌었던 것이 있었던 것이, 최근에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을 다시 봤었거든요. 예전에는 팬텀이 너무 불쌍해보이기만 하고, 열심히 크리스틴을 키워놨더니 라울한테 빼앗긴 것 같아서 안타깝기까지 했었단 말이죠.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서 다시 뮤지컬을 봤더니 팬텀이 전형적인 성격장애에 스토커처럼 보이는 것이죠. 심지어 크리스틴의 약한 지점을 알고 접근해서는 자신을 음악의 천사로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은 일종의 사이비 종교 교주같이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팬텀을 이렇게 까지 몬 것은 저의 과도한 생각일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읽은 이후에 소위 '사랑해서 그랬어'류의 데이트 폭력이나 스토킹 문제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간 미디어에서 다루는 각종 범죄 이야기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것은 아닐까요. 저는 이 책을 보면서 그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피해자는 이래야 해', '가해자는 이래야 해' 하며 자신도 모르게 선입견을 가지기도 하면서 말이죠. 최근에는 차마 입으로 내뱉기도 어려울 정도의 큰 범죄들이 뉴스를 잠식했었지요. 처음에는 충격적이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에 대한 감정만 남고 오히려 머리와 마음은 무뎌졌던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이 책을 읽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대화로 진행되는 책이라서 잘 읽히기도 하구요.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려요.


힘없는 여성들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힘없는 남자들입니다. 하층 계급은 상층 계급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폭행은커녕 접근조차 쉽지 않기 때문에 대신 만만한 하층 계급을 향해 화풀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P2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