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주윤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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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

A. 이 책을 아버지가 아프시기 전인, 2년 전에 읽었더라면 좀 공감했을까요. 굳이 변명을 하자면 지금의 제 상황에서는 가벼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습니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제 짝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도 약간의 죄책감으로 남은데다가, 30대 초반이지만 불임에 대한 걱정이 많고, 아직 학생이라 선이나 소개팅 자리도 지레 겁먹어서 제가 먼저 마다하고 있는 요즘의 저에게 솔직히 이 책은 그다지 속 시원한 책은 아니었습니다. 저의 상황에서 작가의 글은 마치 뭐랄까, 자유를 갈망하며 부모가 물려주는 사업을 마다하는 2세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달까요. 책을 다 읽고나니 왠지 모를 답답함과 헛헛함만이 남더군요. 제가 가진 자격지심들도 일조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아무튼 가볍게 술술 읽히는 문체에 비해 불편함은 계속 가중되는 기분었습니다.


Q. 책을 읽으며 생각했던 것?

A. 저에게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는 건 부모님에게 하고싶은 말이라기 보다는, 가족이 아닌 오지랖이 넓은 주변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부모님이 결혼 이야기를 계속 꺼내시면서 자리를 마련하시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부재 이후, 이런 부분에 있어서 제가 느꼈던 감정은 '답답하고 화남' 보다는 '미안함'이었죠. 잔소리라고 느껴질 수 있는 부모님의 요구는 자식에 대한 '구속'보다는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에 그저 속시원하게 신경쓰지마, 알아서 할 거야 라고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아마 아직도 정신적으로도 어머니에게도 독립하지 못한 저의 탓도 있겠지만, '나는 내 인생 살테야. 걱정말고 엄마는 엄마대로 엄마 인생 살아'라고 외치는 듯한 글은 그다지 와닿지 않았습니다.


아이와 출산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 작가의 심정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들 30대가 넘어가니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강요가 심해지니 아무래도 답답하고 화나겠지요. 그런 답답함에 대해 토로하다가도 자신은 엄마가 될 자신이 없고, 그런 자격에도 맞지 않기에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전 왜 이렇게 말하는 작가가 부럽게 느껴졌던 것인지. 저도 당장은 결혼도, 출산도 생각은 없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늘 불임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거든요. 아이를 갖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불임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지금의 저에게, 여타 감정의 고민 없이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다고 표현하는 것은 사이다보다는 송곳에 가까웠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사카이 준코의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을 때는 불편함보다는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었는데 말이죠. 에세이이기는 하지만 조금 더 독자를 배려한 작가의 고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불편함이 느껴졌던 또 한 가지는, 외적인 평가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에세이니까, 작가가 느끼는대로 솔직하게 쓰는 것이 맞다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길 가다가 마주친, 대화 한 번 나누지 못한 커플을 외적인 부분으로만 판단한다거나 아무리 무례하게 행동한 상대방이더라도 외모로 먼저 비하 하다보니 작가에게 온전히 공감하기가 오히려 더 어려웠습니다. 물론 제가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특히나 더 프로 불편러이기 때문에 불편하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지만요.


Q. 이 책의 미래 독자에게..

A. 어쩌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저의 상황과 자격지심으로 인해 이 책을 불편하게 읽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독자들은 매우 공감하면서 속 시원한 책이라고 받아들였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저는 저와 같은 예비 독자들에게 약간의 오지랖 넓은 예방접종 차원에서 리뷰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책 자체는 가볍게 술술 잘 읽히는데다가 작가 특유의 그림체도 B급 감성으로 귀여우니, 혹시 비슷한 답답함을 느끼셨던 분들이라면 읽으셔도 좋을 듯 합니다.


서른이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함께해야 할 사람을 갑자기 데려오라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일까. 결혼은 곧 행복이라는 이상한 공식은 누가 만들어냈을까. 서둘러 결혼했다가 이혼이라도 하게 된다면 그때는 누구 탓을 하려고 이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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