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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손님
히라이데 다카시 지음, 양윤옥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평점 :
첫 사랑 같은 아련함, 고양이 손님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책을 읽는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장면 장면의 묘사가 굉장히 섬세해서 랄까요.처음에는 그런 묘사들때문에 오히려 책이 잘 읽히지 않았습니다만, 그런 묘사에 집중을 하며 익숙해지니, 한 문장 한 문장이 다 그저 좋게 느껴졌습니다.
옆집 고양이 치비에게 마음을 내어주고, 상실로 인해 슬퍼하고.. 어쩌면 그런 예상 가능한 이야기들과 화자의 마음이 작가만의 문장들로 인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사실 이야기 자체는 잔잔하고, 아니 잔잔해서 더 먹먹한 내용이었지만, 오히려 결말이 흥미로웠달까요. 고양이 치비는 과연 어떻게 된 것이었는지 화자가 반문을 하면서 말이죠. 결말을 읽고 다시 첫 장면을 찾아보기도 했더랬죠.
개인적으로 이 책은 상실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인집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도 그렇고 고양이 치비의 이야기도 그렇고요. 상실로 인해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을 고스란히 묘사하고 있죠. 특히 고양이 치비와 주인공 부부의 관계는 단순 애정 이상의 관계처럼 보입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서서히, 아주 서서히 스며들어가는 그들의 관계를 목도하고 있노라면 독자 또한 서서히 마음이 쓰입니다. 저도 모르게 서서히 마음이 아릿하고 아련해지는 것이죠. 꼭 마음 아프게 끝이 난, 가슴 한 구석이 쓰라리지만 아름다운 첫사랑 같은 소설이랍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들께 선물로 하기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섬세한 묘사의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고양이 손님>을 좋아하실 것 같아요.
저 느티나무 아래 하나의 시간이 존재한다. 저 느티나무 그늘에서 자라는 작은 소나무 밑동에 소중한 구슬같은 것이 잠들어 있다. 창문에서 그런 먼 풍경이 보인다면 느린 망각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어떻게든 넘어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 (p.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