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정의 소설 문득 시리즈 4
김유정 지음 / 스피리투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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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교과서에서 배웠던 김유정이라는 이름을 오랫만에 다시 보았다. 그 시절, 자습시간이면 교과서를 꺼내 소설들을 읽곤 했었다. 어쨋든 교과서니까 선생님도, 나 스스로도 납득이 되는 딴짓거리였다. 그리고 그 때의 기억을 돌이켜보자면, 지루한 자습시간에 김유정의 소설은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지금도 아니라도 할 수는 없지만, 어린 시절 아무 생각없이 그저 읽기에 이 소설들은 희극이었고 유흥이었다. 사실 옛문체이기 때문에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서 더욱 그러했다. 그냥 넘겨가며 쉽게 읽을 수 있었으니까. 그 와중에도 재미있는 사건과 표현들은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흡사 한 편의 판소리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동화를 읽는 느낌으로.

오랫 시간이 지나고 나름대로 많은 시간과 글들을 경험한 이후에 읽은 김유정의 소설은, 그 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이런걸 판소리형식이라고 하나? 아무튼 누군가가 내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식으로 읽을 수 있었다. 단지 그게 우리 시대의 사람이 아닌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인 듯하다. 너무 오랫만에 만난 할아버지와의 어색한 침묵이 무너지고 이야기가 쏟아지는 그런 느낌. 해학적이니 토속적이니 하는 교과서적 표현들은 할아버지의 특성이리라. 여전히 모르겠는 말들은 많았지만 전체 이야기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전해지더라. 김유정은 민속적인 문학이라고 배웠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가난한 민중의 이야기. 물론이다, 가난한 이웃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 모습이 그려지고 우습지만 웃을 수 없는 그런 짠한 느낌이 들더라. 짠하다는 느낌이 들더라.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어떤 메시지를 발견하고 이에 대한 감상을 해설하는 것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개인적인 평은 이렇다. 재미있다. 이 책은 부담가지 않는 두께에 총 8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한두 번 읽기에는 아깝다. 몇 번 더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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