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클리벤의 금화 1
신서로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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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또는 식물을 키우다보면, 같은 종이라도 주변의 환경과, 키우는 사람의 실력에 따라 다른 성장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이 피어클리벤의 금화는 비슷한 설정을 사용하면서도 작가의 역량으로 인해 기존과는 다른 싹을 틔웠다.

 

기존 한국 판타지 소설 대부분은 톨킨 소설에서 설정을 차용하며, 주인공이 비범한 영웅이 되는 이야기 흐름을 공장처럼 몇 가지의 틀을 가지고 전개되었다. 그러나 피어클리벤의 금화는 톨킨 소설에서 설정을 차용하되 몇 가지 다른 특징을 두어 다른 독창적인 전개를 보인다.

 

용은 기존 소설들과 설정이 비슷하고, 류그나는 기존 소설들의 엘프와 비슷한 신체적 특징을 가지지만 나무에 신앙을 가진 토테미즘 부족사회로 설정하였다. 고블린은 기존 소설에서는 지능이 낮은 인간형 괴수였다면, 이 소설에서는 인간과는 모습이 다른 원시사냥부족사회에 가까운 묘사를 하였다. 그리고 기존의 소설들이 주인공의 비범함과 영웅다움, 성장을 보여주기 위해 사회 배경과 구조에 대한 묘사가 무시되거나 개연적이지 않은 반면, 피어클리벤의 금화는 개연적인 상황 변화와 납득 가능한 각각 사회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피어클리벤의 금화 같이 경제와 사회에 대한 사고는 한국 판타지에서 시린의 영주라는 소설에서 밖에 보지 못했는데, 풍자와 해학에 치중하였던 시린의 영주에서는 볼 수 없는, 보다 깊은 고찰을 피어클리벤의 금화에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시린의 영주가 당면한 경제적, 정치적 문제를 우연에 기반한 해학적인 전개를 보인다면 피어클리벤의 금화는 피어클리벤이라는 가난하고 작은 영토에서 용이라는 핵과 같은 전략적인 무기를 우연히 가지게 되면서, 그것을 알게된 주변의 타종족과 타국가의 경제적, 사회적 위협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한 전개를 보인다.

다만 많은 판타지 소설작가들의 아쉬운 점이 피어클리벤의 금화에서도 나타난다. 상황을 빠르게 보여주느라 세세한 시각적인 묘사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 점은 설정을 보여 줄 필요가 없는 일반소설과 달리, 판타지 소설은 이야기 초반인 1권에 설정과 상황을 보여주기 바쁘므로, 판타지 소설을 즐기지 않았던 독자들이 이해해주길 바란다. , 소설에서 중요한 점 중 하나인 독자의 연상을 돕기 위해, 이야기를 진행해가면서 시각적인 묘사가 더 세세해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나의 추측으로는 용과 마법과 같은 요소 때문에, 차후에는 현대와 중세의 경제적, 군사적 ,사회적 요소가 합쳐진 전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중세시대의 역사를 꿰고 있는 독자는 읽으면 어색함을 많이 느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어떠한 매력으로 채워 열매를 맺을지 기대되는 소설이다. 후속권이 나온다면 당장 서점으로 가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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