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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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문학과 같은 장르문학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시간 때우기와 흥미 위주의 오락 소설이라고 받아들이어 진다. 물론 그들의 편견은 일정 부분 맞는 부분이 있다. 많은 양의 장르 문학 작품이 실적을 내야하는 편집자에 의해서든, 오락 소설 작가 본인의 돈벌이를 위해서든, 보다 쉽고 빠르게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오락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켄 리우는 그러한 편견을 전면으로 부정하듯, 환상문학의 특징인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수법을 이야기에 대입하여 장르문학 또한 문학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소설가이다.
종이 동물원은 표제작인 종이 동물원을 비롯하여 천생연분, 시뮬라크럼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 등의 14개의 중·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모음집으로 과거, 미래, 현재에 관한 다양한 주제와 이야기를 다룬다.

그 중 종이 동물원은 이 책의 단편모음 내에서 몇 가지 기호를 통해 보여주는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한 작가의 생각을 모두 내포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주인공인 잭은 결혼중개회사를 통해 만난 홍콩여성과 미국남성 사이의 혼혈이다. 그의 어린 시절은 어머니의 요술로 움직이는 종이 동물 장난감들로 즐겁게 보낸다. 어머니의 중국 문화를 거부감 없이 향유한다. 그러나 성장하여 학교의 친구와 놀 때, 미국 기술로 만들어진 외견이 좋은 장난감과 비교당한다. 끝내 인종차별적인 언어를 사용한 친구와 다투게 된다. 그 결과 학교에서 불리한 세력에 놓이게 되고, 어머니가 중국어를 사용하면 대화를 거부할 정도로 어머니의 모든 문화를 거부하게 된다. 어머니는 영어를 사용하지 못해 대화가 단절되고, 잭은 미국의 문화만을 잇게 된다. 시간이 지나 어머니의 사망 이후 어머니가 유언으로 언급했던 종이 장난감들을 다시 꺼내고 종이 장난감 속의 어머니의 편지를 발견한다. 그것을 중국인의 도움을 통해 내용을 확인하게 된다. 사랑 애자를 계속 적어 이때까지 거부했던 어머니를 받아들인다. 편지가 적힌 종이 장난감을 다시 접어 함께 집을 향해 걸으며 단편은 끝이 난다.
 
종이호랑이에서 어머니의 문화를 대표하는 종이 장난감들은 기존문화를 상징하는 기호이자 과거를 상징한다. 미국 장난감은 신문화를 상징하는 기호이다. 잭이 어머니를 거부하는 것은 기존문화를 거부하고 매력적인 신문화를 받아들이는 현재의 청년들을 상징하는 기호이다. 이때까지 거부했던 기존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 기존문화는 신문화를 받아들이며 잘라내어야 할 것이 아니며, 자신을 이루는 것이며, 신문화와 함께 가야할 것을 상징한다.
 
혹자는 전통문화를 비롯한 기존문화는 완전히 무가치하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인주의로 대표되는 신문화는 사회 구성원에게 간섭하지 않는 반면 누군가가 위험에 처했을 때 잘 돕지 않는 경향이 있다. 개인이 해결해야 할문제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동체주의인 기존문화는 위험에 처한 사람을 비교적 잘 돕는 반면 사회 구성원에게 간섭하는 경향이 있다. 이 두 문화를 함께 받아들인 사람은 사회 구성원에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돕는다. 그러므로 기존문화는 무가치하지 않다. 따라서 그런 사람들은 잭처럼 기존문화와 신문화를 함께 받아들이고 걸어갈 것을 제안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선택으로 인해 내적 갈등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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