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없는 세상
앨런 와이즈먼 지음, 이한중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달 전에 한겨레 칼럼에서 이 책의 원서에 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어느날 보니 이미 국내에도 나와 있었다. 인구가 좀 줄어들 필요가 있다는 게 평소 지론인 나로서는(정작 애를 둘씩이나 낳아놓고는 ^^:), 저자가 추진하는 '자발적 인류 멸종'이라는 운동이 꽤 타당해 보여 안 그래도 읽어봐야지 하던 참이었다.

콘크리트 같은 도시의 인공물들이 빠르게 자연에 잠식해 갈 것이라는 전망에는 '역쉬 자연은 위대해'라며 안도했는데, 플라스틱에 이르러 뒤통수를 한방 맞은 느낌이었다. 아무리 잘게 분쇄해도 남아 있고, 오히려 작아지면 생물에 치명적이 되는, 이 일을 어쩐다... 당장 사용을 줄이는 수밖엔 없겠군... 나 하나 줄여갖고 될 일이 아닌데... 햇빛에 분해되는 비닐봉다리도 안심할 수 없단 말이지... 이런 복잡한 심경으로 읽어나갔는데, (다들 그랬겠지만) 결정적인 대목은 역시 원자력 발전소나 핵시설이었다.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면 오래지 않아 터져버린다니 이것 참 큰일이다. 멸종되기 전에 대재앙이 씨앗이라도 좀 정리하고 가야 할텐데 그게 인간의 욕망에 비추어 말이 되는 소린가? 이런 걱정을 하며 내내 편치 않게 읽어간 책이다.

다루는 영역이 하도 다양하고 모르는 내용도 많고 소재와 장면이 휙휙 바뀌면서 끊어지는 느낌은 있었지만, 인간 없는 세상을 상상함으로써 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시도 자체가 기발했을 뿐더러 이를 추적하는 과정이 하도 진지하고 성실해서 좋은 평을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일반인으로서 참 이해 안 되는 게 출생률을 높이라고 그 난리를 부리면서 자원도 일자리도 없다고 사람을 천대하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이었는데, 정부나 국제사회 차원에서 인구를 줄이는 걸 좀 진지하게 생각하면 안 될까? 자본주의 사회란 게 정말 인구와 생산이 끊임없이 증가해야 유지될 수 있는 허술한 체제인가? 이런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중국과 미국 같은 데는 인구도 줄이고 환경에 대해 생각다운 생각 좀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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