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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옷을 입은 여인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박노출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분량이 꽤 되는 책이라 책값은 아깝지 않겠다 내심 안심하면서도 혹시 그럼에도 책값을 못하는 거면 어쩌지 하는 일말의 소심한 걱정을 했더랬는데, 결과적으로 책값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래 전에 쓴 책이라 요즘 추리소설에서 볼 수 있는 (살인의) 잔혹함, 장쾌한 스케일 같은 건 없지만 방대한 분량을 꽤 치밀하게 짜넣은 저자의 실력 때문에 시종일관 흥미롭게 읽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잔혹함이나 잔재주로 포장하는 소설보다 '구도'와 '추리'로 승부하는 책이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는 더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이 나온다는 점이 이 책이 큰 장점인 것 같다. 멋진 몸매에 안 어울리는 얼굴을 갖고 있는 강인한 마리안, 단것을 밝히고 예술과 동물을 사랑하는 수다쟁이 악한 포스코, 비운의 여주인공이지만 백치미는 아니고 군데군데 용기를 낼 줄 아는 아름다운 로라, 확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소설의 배후에 존재하면서 묘한 아우라를 풍기는 '흰옷을 입은 여인' 등... 세상이 정해놓은 스테레오타입을 조금씩 비켜가면서 머리싸움을 벌이는 것이 꽤 흥미로웠다. 뒷표지에 누구는 5번이나 읽었다고 하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추리소설의 고전적이고도 새로운 맛을 볼 겸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