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소재 가벼운 소설

[eBook] [GL] 청솔
쿄쿄캬각 / 하랑 / 2018년 3월

일단, 나는 일제강점기 배경의 소설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이 소재은 가벼운 소재가 아니라고 생각되기 떄문이다. 그런데 그 배경을 가져와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의 배경이라고 하면 흔하게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가 우울하고 침체되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이 겨우 그 분위기를 가져오려고 일제강점기의 배경을 선택한것 같아 좋게 보이진 않는다.

책의 내용은 무난무난하게 흘러간다. 사제물이라고는 하는데 딱히 사제물의 느낌은 나지 않는다. 민설지는 청솔의 선생님으로 들어가 류옥이라는 제자를 만나는데, 그 제자는 설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으로 같이 간 임무에서 설지가 류옥을 구하다 얼굴에 상처를 입게 되고 그 때부터 옥은 설지를 마음에 품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이 폐가 되면 안된다고 생각해 엄청난 성장을 이루게 되고 설지와 옥은 정을 나누지만 죽음이 확실한 임무에 옥이 선택된다. 설지는 옥이 죽을 것이라 선택해 가지말라고 하지만 옥은 그 길을 걸어간다.

 이 책이 독립을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소녀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일까. 과거의 우리의 조상들이 독립을 위해 수많은 피를 흘리셨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일까. 아니면 단지 그들의 사랑의 표현을 위해 독립군이라는 매개체가 필요했던 것일까. 이 소설에선 일제강점기에 대한 깊은 이해가 녹아들어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세계 2위의 현상금 암살자가 민설지라고 한다. 구글링을 통해 일제강점기의 현상금이 가장 높았던 독립운동가를 찾아보면 약산 김원봉, 백범 김구, 이승만 전 대통령이 나온다. 아무리 소설이라도 세계 2위의 현상금 암살자가 이 책의 주인공인 것은 아무리 백번 생각해도 인터넷 소설의 느낌이다. 또한, 소설의 민설지가 독립을 위해 암살하는 장면은 정말 몇 줄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환생이라니, 할말은 많은데 어떻게 나의 심정을 표현해서 글을 적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다 빼고 본다면 무난한 작품이라 생각은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책은 일제강점기를 쓰지 말았으면 좋았겠다. 그냥 암울한 배경을 위한 장치로 그 시대에 대한 어떠한 이야기조차 하지 않을거라면 차라리 건드리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