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 - 최고 학력을 쌓고 제일 많이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
앤 헬렌 피터슨 지음, 박다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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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에 대한 괴담이 많다.

업무시간에 에어팟을 끼고 있어서 업무 지시를 내리기 난감하다. 자연히 부서 전화를 당겨받으려 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생기는 허드렛일을 하려는 의지가 없다, 등등. 상사의 한마디에 바짝 기는게 당연했던 구세대와는 다르게 눈치없이 "제가요?" 를 뱉을 수 있는 사회초년생에게 놀란 기성세대들이 '90년대생이 온다'를 돌려본지도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요즘 애들을 MG세대로 정의한 지금, 그들에 대한 분석, 호명, 조롱, 연민, 칭찬이 끊이지 않는다. 정의와 실태의 차이, 미국과 한국의 시대별 변화의 차이를 넘어 이 책에서 어떤 주목할만한 기술을 얻을 수 있을까.




"밀레니얼들아, 그만 좀 징징대라. 힘든 게 뭔지도 모르면서."


그러니까, 사실 요즘 애들에 대해 갖는 반감은 해외에서도 동일한 모양이다. 이에 대해서 저자가 말하는 밀레니얼로서의 삶은 이렇다.


"밀레니얼은 자신이 영원히 일하며 살 것이고, 죽을 때까지 학자금 부채를 갚지 못할 것이며, 아이를 키우느라 돈을 탕진해 물려줄 재산이 없는 채로, 세계적 대재앙에 휩쓸려 죽을 거라 예측되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산다. 과장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게 '뉴 노멀', 새로운 정상이며 이런 종류의 감정적・신체적・재정적 불안정의 한복판에서 개개인은 가히 압도적인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 교회부터 민주주의까지, 과거에 사람들을 지도하고 안정을 주었던 사회 제도 대부분이 우리를 실망시키는 현실마저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우리와 우리 가족의 삶을 질서정연하게 유지하기가, 안정적인 재정 능력을 갖추기가, 미래를 대비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들다. 까다롭다 못해 종종 서로 모순되는 기대들을 고수하도록 요청받기 때문에 한층 더 힘들다."


과연 여기서 나열한 삶의 짐과 고민이 과거의 세대에게는 없었을까? 한 세대가 마주하는 환경과 압박이 다른 세대의 것보다 더 수월하거나 더 가혹하다는 정의는 쉽게 내릴 수 없다. 이에 이 책에서는 환경적 부침의 이유로 부모 세대인 부머 세대의 교육과 그들이 만들어낸 현재의 환경이 자신들을 이중 구속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1) 경쟁 사회에서 개인 책임을 내재화한 부머 세대

부머 세대 역시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세대에게 실망스러운 "요즘 애들"이었다. 그들은 안정화되어가는 사회에서 중산층으로 성장했지만, 차별 철폐에 따라 더 많은 유색인종과 여성을 포함한 더 치열한 경쟁을 겪으며 경쟁 사회에서 자녀가 중산층의 삶을 재생산할 수 있도록 교육했다. 경쟁 강화는 개인 책임 의식의 강화로 이어졌고 이는 빈곤층에 대한 지원 삭감을 시작으로 각종 복지 정책의 축소를 불러왔다. 그 결과 반사회적일 만큼 '나'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성향, 그리고  '돈' 자체를 거리낌없이 추구하는 성향이 사회에 뿌리를 내렸다.


2) 소명을 좇아 열정을 다하고 맞이한 번아웃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의 교육관에 따라 하향 이동을 피하고 중산층의 삶을 쟁취하기 위해 스펙을 채우고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삶을 쏟아부을 가치있는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멋진' 직업을 찾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고찰없이 스펙과 자격증 취득에 몰두한 사람들은 강박과 불안에 시달린다고 부연한다. 이후 열정이 이끄는 일자리를 찾아 삶을 꾸리고자 했을 때는 열정페이의 먹잇감이 되었고 적절한 돈과 보상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 버티지 못할만큼 소진된 후에 최종적으로 어울리는 일자리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수치심 또는 우울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러한 증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명상, 몰입, 사고 개선 등의 다양한 방법론이 등장했지만 밑빠진 독과 같은 환경에서 개인의 노력만으로 상황을 개선하는데는 한계가 있으며, 오히려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개인 브랜드화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자기개발에 대한 압박은 더더욱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시대상을 분석한 문헌과 다수의 인터뷰를 통해 현 세대의 현상 분석을 설득력있게 풀어 냈고, 세대론적인 측면뿐 아니라 불평등을 가속화하는 자본주의 발전 모델의 문제점에 대한 실마리도 보여 준다. 특히 마지막 챕터인 9장 "엄마처럼 살기 싫은 엄마들"에서는 밀레니얼 세대가 겪는 중산층 유지를 위한 가이드라인 없는 교육 목표와 계급에 어울리는 가정임을 증명하기 위한 분투를 설명한다. 한국의 출생률 감소 현상 또한, 만성적 번아웃과 자기 증명에 대한 강박을 가진 세대에게 출산은 자기 증명 과제를 넘어 새로운 무수한 과제를 낳는 시험대가 된 점도 크게 작용하지 않을까.


저자가 짚어낸 밀레니얼이라는 80년대 이후 출생자 분석은 한국 해당 연령대의 세대로 보자면 08년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취업빙하기와 열정페이로 정의 가능한 착취 경험에서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후 현재까지의 공시 경쟁률 하락 경향에서 추측할 수 있듯 취업난은 상대적으로 완화되었고, 90년대생부터는 구직이 좀 더 자유로워진 만큼 개인주의적 성향을 숨기지 않고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MZ가 왜 그러는지 단편적으로 생각하기 전에, 이제까지의 우리 사회가 어떤 형태로 발전해 왔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되짚어볼 수 있는, MZ의 선생이 되어야 할 우리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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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정의 - 오에 겐자부로의 비평적 에세이
오에 겐자부로 지음, 송태욱 옮김 / 뮤진트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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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중 두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익히 알려진 오에 겐자부로의 에세이집 말의 정의

아사히신문 문화면에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연재한 글을 엮었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연재한 글을 엮은 회복하는 인간(서은혜 역, 고즈윈)의 속편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글이 연재되던 2006년 일본에서는 하류사회(미우라 아츠시 저, 이화성 역, 씨앗을뿌리는사람)라는 책이 큰 화제가 되었다. 소득 수준과는 무관하게 무기력, 무감동한 성향과 자기를 향상하려는 의욕이 없는 태도가 청년층의 시대정신이 되어가고 있다는 내용이다. 당시 한국에서도 크게 화제가 되고, 가까운 미래로 예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10년이 지난 현재 한국은 사회 구조 전반에 대한 불신 때문에 학습된 무기력이 청년층을 넘어 사회 전반까지 퍼지고 있다. 일본 또한 하류의 싹을 보인 청년들은 사토리세대가 되어 제한된 현실 속에서 자기만족에만 집중하며 살아가고 있다.

태평양전쟁 직전에 태어나 유년 시절부터 도스토예프스키, 루쉰, 윌리엄 블레이크 등을 읽으며 세계의 문학과 사상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문체를 확립하고, 23세의 젊은 나이에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재능 있는 작가. 대학에서는 불문학을 전공하고 졸업논문 주제로 사르트르 소설에서의 이미지에 관해 연구 한 만큼, 문학세계는 상당히 난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대작가가 후기에 집필한 이 에세이들에는 자신의 신념이 아주 뚜렷하게 표현되어 있고, 전 생애에 걸쳐 겪어온 일들과 그에 대한 감상들이 자세히 표현되어 있어서 작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가정 내에서는 뇌에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장남 히카리를 양육하고 사회적으로는 평화 헌법을 개헌하려는 정부에 반대하는 ‘9조 모임및 반핵운동, 오키나와 노트(이애숙 역, 삼천리) 집필을 비롯한 평화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기록. 정확히 말하면 신념을 가지고 시스템과 국가에 대항해 온, 기나긴 패배 속 작은 승리에 대한 기록이다.

 

확실히 저를 감동시킨 불굴의 사람들은 놀라움에 꺾이지 않고 작은 신기함에도 기뻐하는, 우선 실제로 인간다운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불굴의 사람들을 만나고 감동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인간성을 되돌아보고 자신도 불굴의 의지를 다시 다잡으며 계속 분투해왔다. 그러한 삶의 자세와 따뜻하고 주의 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그의 생 전반이 이기기 힘든 상대에 맞선 끊임없는 투쟁이라는 사실은 책을 읽을수록 다시 상기되고, 작가의 고결한 태도와 반전을 이룬다.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우경화가, 세계적으로는 반지성주의가 진행됐다. 그럼에도 오에는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무기력을 학습하던 마음 한구석이 큰 스승을 만난 것처럼 어딘지 모르게 든든해졌다.

그리고 작가로서 꾸준히 어학과 문학을 공부해 왔으며, 많은 문화인과 교류한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이렇게 부지런히 활동하면서도 글 곳곳에서 향후 새로운 작업에 대한 의욕을 드러내는 정력적인 사람이지만 글에서는 겸손이 읽힌다. 그 겸손에서 지식인으로서 응당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느껴진다.

단순히 감정적 스승에서 끝나지 않고, 어문학 공부법, 문학과 비평에 관련하여 읽어볼 만 한 저자와 책, 글을 쓰고 퇴고하는 과정 등 문학과 관련한 자신의 경험도 많이 소개한다. 그뿐 아니라 20대부터 3년마다 주제를 정해서 매일 책을 읽었다고 밝힌 만큼 많은 글에서 흥미롭고 호기심이 생기는 책을 소개하고 있으니 오에의 문학에 관심이 있거나, 한국과는 다른 관점에서 문학을 읽어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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