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메이션
장현정 지음 / 지식공감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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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상상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내가 장현정 작가의 ‘트랜스포메이션’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생각이다.

작가는 트랜스포메이션 카드를 한계가 없는 인간의 욕망과 도전의 상징으로 삼고, 트랜스포메이션의 영혼 속에 변환에 대한 작가의 의지를 담았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탈피하며 무한한 시공간의 차원을 열어 주었다. 또한 작가는 광활한 시공간을 무대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강한 흡입력을 가진 스토리 전개로 독자의 시선을 잡아둔다. 그런 그녀는 마치 트랜스포메이션의 영혼처럼 독자의 곁에서 살아 숨 쉬고 속삭이며 독자를 매료시키는 또 하나의 이오스 같다.

 

이 소설의 주인공 이래안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으로, 불타는 청년의 열정으로, 때론 노인의 노련함으로, 극한의 상황에서는 절대자의 카리스마로 독자의 마음을 잡고 놓지 않는다. 그는 강한 자에게 더욱 강하고 약한 자에게 더욱 약하다. 그러면서도 마음을 정하면 극한의 냉정함과 잔인함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가장 큰 신념을 위해 모든 가치를 버리는 단호함과 비정함을 보여 놓고, 새로운 것에 대한 애정과 그로 인해 잃어버린 것에 대한 추억에 잠기며 밤새 울기도 하는 그런 남자다. 그런 주인공의 모습은 마치 지점토와 고무찰흙, 아이클레이 등 전혀 다른 재료로 하나의 훌륭한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지구 인간의 모든 유형을 버무려 새로 만들어 낸 인류의 복합체 같다.

 

트랜스포메이션의 영혼인 이오스의 선택에 의해 지구가 차원의 카오스에서 벗어나 예전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했을 때, 작가는 또 하나의 균열을 만들어 놓음으로써 변환의 맥을 이어간다. 이오스가 생성한 중간 우주의 존재는 처음이되 처음이 아닌 처음과 태초의 처음은 같지 않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깨끗이 지워버린 지우개 자국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적나라하게 흔적이 드러나는 것처럼, 이미 있었던 일은 아무리 지워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기에 새로운 변환이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작가는 남기고 싶었던 게 아닐까?

 

작가가 차원을 보는 관점도 흥미롭다. 그녀의 차원관은 생명의 생성과 번성 및 소멸에 관한 서양의 과학적인 사고와, 모든 것은 원인과 결과가 있으며 서로가 수레바퀴처럼 물고 들어간다는 동양의 윤회가 절묘하게 배합되어 있다. 모든 무생물적인 위해로부터 안전한 공간으로서 생명친화를 내세우는 5차원 설정에서는 세상을 보는 윤리적인 사고가 드러난다. 6차원인 레기아의 설정도 흥미롭다. 자신을 형성한 주인을 알아보기에 주인의 의지에 따라 모든 것이 형성된다는 설정은 그녀가 집필한 6권에 달하는 판타지 소설에 녹아 있는 사상과 상통된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그런 세계에도 주인의 힘의 강약에 따라 변하게 됨을 끼워 넣음으로써 또 다른 변환의 의지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개별차원은 또 어떠한가? 그것은 그녀가 영문 소설로 출판한 동화와의 접목을 보여준다.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그녀의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생성된 수많은 차원 중 어디에 존재하고 있을까? 필자는 작가가 놓아버린 3차원의 또 다른 변환에서 파생한 어딘가에 있는 그곳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본다. ‘끝없이 타오르는 불꽃!’ 작가는 주인공에게 그 말을 부여했지만 필자는 그 말을 작가에게 부여하고 싶다.

 

수많은 변환과 질주에 의해 차원은 거듭 진화해 마침내 차원을 마음대로 다루는 시대가 된다. 고차원의 인류가 저차원을 상대로 게임을 하듯 바꾸고 업그레이드하고 레벨 업하다 폭파되기도 하는 컴퓨터 게임 같은 세상. 그러다 로그아웃되면 먼 길을 돌아 제자리로 돌아온다. 아이러니 한 것은 과학과 판타지가 같은 비중으로 뒤섞여 또 하나의 변환을 유도해 낸다는 것이다. 즉, ‘극한의 과학은 판타지이며, 판타지의 극은 과학’이라고 작가는 귀결을 짓고 있는 것이다. 작가에게는 자신의 판타지이자 과학인 이오스와 차원의 자유가 실현된 무한 차원의 어느 공간에서 또 하나의 트랜스포메이션(변환)를 꿈꾸고 있을 주인공 이래안조차도 변환의 밑바닥에 가라앉은 3차원의 구 지구일지도 모른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럼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 어디에서 변환(트랜스포메이션)을 꿈꾸고 있는가.

 

연보라색 소국의 향기 아래에서 판타지 소설 <가야>의 작가 박선숙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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