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유성의 인연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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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저 별똥별 같다.˝


˝정처없이 날아갈 수밖에 없고, 어디서 다 타버릴지도 몰라. 하지만 ......˝

고이치는 잠시 틈을 두었다가 말을 이었다.

˝우리 세 사람은 이어져 있어. 언제라도 한 인연의 끈으로 이어져 있어. 그러니까 무서울 것 하나도 없어.˝ -p.88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언제나 견디기 어려운 슬픔이다. 더구나 가장 많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했던 가족의 죽음이라면 과연 죽음 앞에서 우리는 의연할 수 있을까. 또한 사랑하는 가족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범인에게 살해당했다면? 아마 남은 가족들은 그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범인을 찾을 때까지 결코 죽음에서 벗어날 수도 털어낼 수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히가시노 게이고로 자국인 일본을 넘어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미스터리 소설가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항상 출간마다 화제가 되며 지금까지 그의 작품만 해도 열 손가락을 접고도 남는다. 나역시도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 한 사람의 팬으로서 그의 작품들 중 가장 서정적이라고 생각되는 ‘유성의 인연‘은 언제봐도 사랑스럽고 안쓰럽다.




[유성의 인연]은 한국판으로 출간된지 10년만에 전면 개정되어 출간된 작품으로 이 작품을 좋아했던 한 사람으로서 전면 개정판이 이전판보다 훨씬 퀄리티도 좋고 표지도 감성적이라 요번에 현대문학출판에서 신경을 많이 썼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성의 인연은 가장 잔혹한 운명을 맞이한 세 사람이 사건의 진실과 복수를 위해 벌이는 사기극이자 치유극으로 미스터리 장르라는 특성상 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을 쫓지만 그 과정에서 잔혹한 운명보다 더 아린 사랑이 여운을 남기는 서정적인 매력을 가진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은지는 좀 오래되긴했지만 소설을 접했던 때가 중학생 시절이라그런지는 몰라도 이 책을 읽으면서 유키나리와 시즈나의 이야기가 사건의 전말보다 더 인상깊게 남아있다. 아마 시즈나가 그 가게를 나선 날 유키나리를 만났던 그 순간부터 어쩌면 모든게 운명이라는 실타래에 엉켜있었을 지도 모른다. 1권 마지막부분에 시즈나의 속마음이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


 


시즈나는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다. 유키나리는 지금 자신에 대해 묻고 있었다. 가짜 이름이 아닌 본명으로 부르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만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것이 견딜 수 없이 기뻤다. -p.310

 

 



또한 2권 중반에 유키나리와의 이별을 혼자 준비하며 유학을 간다는 거짓말을 하며 유키나리의 집에 가는 도중에서도




지금 정말로 연인의 집에 가는 길이라면 얼마나 흐뭇하고 설레는 마음이었을까, 하고 시즈나는 생각했다. 처음 만나는 그의 어머니에게 예의 바르게 대할 수 있을지, 은근히 걱정하고 긴장했으리라. 하지만 지금 그녀의 심경은 그런 것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었다. 긴장은 하고 있지만 그건 오빠의 지시대로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일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리고 그와의 이별을 생각하며 마음은 한없이 가라앉을 뿐이었다. -p.144

 

 



그런데 요번에 다시 이 책을 읽어보니 두 사람의 사랑만큼이나 좀 더 이 작품이 가지는 시사성에 대해 생각해보게되었다. 일단 이 책이 살인사건의 피해자인 유가족인 세사람을 주인공으로 쓰여졌다는 것을 볼 때 사건의 피해자들은 사건의 피해 당사자가 죽었음에도 사건이 종결되었음에도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고 진범을 찾아 해결되기 전까진 그들은 결코 벗어날 수도 없으며 삶이 멈춰져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이 잔혹함앞에서 진실로 나아가고 다시 멈춰있는 삶의 버튼 누르는 힘은 가장 단순하고 뻔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을 유키나리와 시즈나의 사랑을 통해 밝힌다.




‘유성의 인연‘이 히가시노 작품의 어느 작품보다 더 깊은 여운을 남겼던 것은 단순히 사건의 해결, 진실을 밝히는 것이 다가아닌 상실의 슬픔과 속고 속이는 거짓 속에서 하나의 진실은 ‘사랑‘이라는 걸 깨닫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미스터리를 잘 쓰는 작가답게 촘촘하고 짜임새있게 쓰여진 이야기였지만 그럼에도 그의 작품들이 재미뿐만아니라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살인사건과 그 사건의 진범을 찾고 사건을 해결하는 뻔한 이야기 속에서 묵직량 중량감을 전해주는 이 책을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읽어보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도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작품이기도하고 시사적 메세지도 담고 있는 작품이라 한번 쯤 읽어봤으면 좋겠다. 미스터리 소설의 재미와 감동을 둘다 원하는 독자에게 이 책은 최적의 선택이 아닐까 생각된다. 몇년이 지나도 사랑받는 10년만에 개정되어 출간된 ‘유성의 인연‘을 꼭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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