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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장폴 뒤부아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1월
평점 :
모든 게 어긋나 흔들리던 그 땅에서 나는 도망쳐왔다. 무엇보다 그들, 자궁이라는 자연의 통로을 통해 나를 세상에 내던지고 양육하고 공부시키고 고장내버린 사람들로 부터 멀리 도망쳐왔다. 그들은 분명 자기네 유전자 가운데 최악의 것, 그 찌꺼기 염색체를 내게 옮겨 놓았을 것이다. (p.12)
상속 La Successin은 장폴 뒤부아의 소설로 그의 작품들은 항상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삶이란 끝낼 수는 있지만 거부할 수는 없다. 인간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끊임없이 삶과 죽음, 자아와 세계 탐구해왔으며 이는 삶이란 긴 여정 속 정체성에 대한 탐구였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이다. 그래서 삶에 관해 이야기할 때 자유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자유는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하기도하지만 때론 그래서 인간을 가장 인간스럽하기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자유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를 삶 속에서 어떻게 드러내고 사용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앞서 망했듯이 자유는 우리의 선택에 영향을 끼치고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수없이 많이 한다. 나는 누구인가. 타인은 누구인가. 왜 사는가. 나는 지금 행복한가.
이 책의 주인공 폴 카트라킬리스는 이런 자유가 유전자라는 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물이다. 폴은 자신의 유전자를 두려워한다. 이 책은 폴이 고향 툴루즈를 떠나 마이에미로 온 4년간의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다고 말하며 시작된다. 폴은 자신의 유전자을 두려워했다. 왜냐하면 그의 가족이 줄줄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폴은 할아버지, 어머니, 외삼촌의 자살을 겪었으며 이는 폴의 내면 깊숙이 불안과 두려움이 자리잡게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혹 자신도 그들처럼 자살할지도 모르는 불안을 느끼게된다.
이 책의 줄거리는 고향 톨루즈를 떠나 4년간 행복한 시간을 보낸 주인공 폴이 결국 아버지의 죽음으로 다시 고향 톨루즈로 돌아오게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상속 또는 계승되는 것이 외모, 지능, 부 등이 아닌 유전자 속에 각인되어 있는듯한 일명 자살 유전자를 가진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주인공 폴이 격는 섬세한 내면 심리묘사가 특히 비장미가 느껴지는 작품으로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하는 폴의 모습에서 읽는 나의 삶을 반추하게한다. 이 책의 폴의 가족들은 삶의 무게를 짊어지지 못해 고꾸라진 사람들이다. 삶이란 긴 터널 속 불행 앞에서 포기해버린 사람들이자 마치 자살이라는게 유전자에 각인된 것마냥 자살로 삶을 마무리하는 사람들. 4년간의 행복을 느끼며 살아온 폴은 마치 폴에게 보여주듯 죽은 아버지를 보면서 회피했던 어둠과 다 마주하며 본인도 이들처럼 자살 유전자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한다.
그래서 읽다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무거워지고 과연이라는 질문을 맴돌게한다. 이전까지 장폴 뒤부아의 소설이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 책은 좀 더 삶 그 안의 시련, 불행 등에 초점을 맞추며 삶의 정체성을 되짚어보게한다.
폴이라는 익숙한 이름과 삶에 대해 다룬단 점에서 전작과 비슷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삶 속 불행을 파고든 이 책은 그냥 삶만으로도 살기 힘든데 줄줄이 자살하는 가풍을 지닌 환경을 가진 삶을 사는 주인공을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상실의 슬픔을 채 느낄새도 없이 불안과 두려움에 잠식되어버리는 모습은 아름다운 단어인 노스탤지어가 멀게만 느껴진다. 아니 너무 가혹하게 느껴진다.
삶에 대한 반항적이고 도발적인 이 소설 속 노스탤지어의 모습은 삶을 가라앉게하고 무기력하게만든다. 이 책은 항상 삶을 희망적이고 밝게 생각해야만 삶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편견을 깨며 삶에 대해 삶 속 불행에 대해 진정한 자유는 내면의 불행과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에 대한 냉혹하지만 묵직한 답변이다.
장폴 뒤부아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한번에 최애가 될 것 같은 La Succession을 추천하고싶다. 삶에 대한 묵직한 한방이자 한번 더 꺼내읽어보게되는 이 책을 통해 인생에서 원치않은 것들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그것들을 바라보고 직면했는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 길지는 않지만 많은 여운을 남긴 이 책을 삶에 방황하고 두려워한다면 읽어보길바란다. 이 책과 함께 헤밍웨이의 수레바퀴아래서와 장폴 뒤부아의 전작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사는 것은 아니다>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