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리메이슨 비밀의 역사
진형준 지음 / 살림 / 2009년 12월
평점 :
당신이 움베르토 에코에 빠졌다면,
그의 첫 소설 《장미의 이름》을 읽고 작품에 매혹되었다면, 아마 당신은 그의 유명한 다른 책, 바로 《푸코의 진자》를 읽으려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미 그 책을 집어 들고, 처음 몇 장을 넘기지 못하고 있을지 모른다. 까소봉이 진자를 보는 것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이어 그 진자에 대해서 한 장(章)을 서술하는데, 현학적인 작가의 지식에 압도당하고 이해하기조차 힘들다. 그 진자에 대한 묘사중 첫 한 단락만 옮겨본다.
내가 진자를 본 것은 그때였다.
교회 천장에 고정된, 긴 철선에 매달린 구체는 엄정한 등시성의 위엄을 보이며 앞뒤로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그때, 진자가 흔들리는 주기는 철선 길이의 제곱근과 원주율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원주율이라는 것은 인간의 지력이 미치지 않는 무리수임에도 불구하고 그 고도의 합리성이 구체가 그려 낼 수 있는 원주와 지름을 하나로 아우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하기야, 그 고요한 호흡의 비밀을 접하고도 그걸 모를 사람이 있으랴). 그러니까 구체가 양극간을 오가는 시간은, 구체를 매달고 있는 지점의 단원성, 평면의 차원이 지니는 이원성, 원주율이 지니는 삼원성, 제곱근이 은비하고 있는 사원성, 원 그 자체가 지니고 있는 완벽한 다원성 등속의, 척도 가운데서도 가장 비시간적인 척도 사이의 은밀한 음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었다.
나는 바닥의, 지점과 수직을 이루는 곳에 설치되어 있는 자력 장치가 구체의 중심부에 내장되어 있는 원통형 철주를 밀고 당김으로써 연속 동작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도 알아내었다. 그러니까 이 장치는 진자의 법칙, 즉 진자의 법칙을 깨뜨리기는커녕, 법칙 그 자체의 존재를 실증하고 있는 것이었다. 따라서 지점과의 마찰도 없고 공기 저항도 없는 진공의 공간에, 무게도 없고 신축성도 없는 끈에 매달린 물건은 영원히 규칙적인 진동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진자는 서양의 은비학에 대해, 그 중에서도 현대까지 내려온다고 가정한 성당기사단에 대한 소설이다.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은 정말 읽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번역가 이윤기씨가 자세한 주석을 달아놓아서 읽지 못하겠다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사전 지식을 갖추고 읽는 것이 책을 읽는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성당기사단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프리메이슨에 대하여 우리나라 저자, 진형준 교수가 지은 책 《프리메이슨, 비밀의 역사》는 여러모로 서양의 은비학을 이해하는데 쉬운 길잡이가 되어준다.
1. 프리메이슨의 어원
프리메이슨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은 14세기.
무슨 뜻인지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있으나, <자유로운 석공 Free stone mason>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2. 프리메이슨의 계급
1도(degree)~33도(degree)의 계급이 있으며, 1도~3도는 견습생, 4도 시크릿 마스터 메이슨부터 정식회원이 되며, 33도 그랜드 마스터는 프리메이슨의 교황이다.
1도 : 도제, Entered Apprentice
2도 : 장인, Fellow Craft
3도 : 숙련된 석공, Master Mason
4도 : 시크릿 마스터 메이슨, Secret Master Mason
33도 : 그랜드 마스터, Grand Master
3. 프리메이슨의 상징
미모사 가지 : 한 겨울에도 꽃을 피우고 푸르름을 잃지 않는 부활의 상징
직각자와 나무 망치 : 건축가 히람 이비프를 죽이는데 사용하였던 도구로, 머리를 자와 직각자와 나무 망치로 때리는 것은 상징적인 죽음을 의미한다.
수탉 : 태양의 상징
장갑 : 손을 이 세상의 더러움으로부터 격리시키는 역할, 드높은 정신적 순결을 의미. 두 벌의 장갑을 받는데, 한 벌은 자신의 것이고 다른 한 벌은 여성을 위한 것이다. (괴테가 1780년 6월 23일 프리메이슨에 입단하며 장갑을 받고, '생애 단 한 번, 단 한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장갑'이라고 읊었다.)
앞치마 : 장갑처럼 분리와 결별의 상징
검 : 조심, 주의, 경계를 의미
G : God을 의미하는 동시에 우주의 섭리가 압축되어 있는 기하(Geometry)를 뜻함
4. 템플기사단(성당기사단)과의 관련성
○ 십자군 원정 기간 중인 1119년 프랑스에서 조직된 기사단. 예루살렘 순례 행렬을 이슬람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조직.
○ 기사단의 최초 인원은 모두 아홉 명. (단 9명으로 순례행렬을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 향후 200년 동안 크게 융성함
○ 1307년 프랑스 왕 필립 4세에 의해 템플 기사단은 대학살을 당한다. (템플기사단 대학설 사건)
○ 템플 기사단을 현대 프리메이슨의 기원과 연관 짓는 시각이 존재함.
5. 프리메이슨의 현재
프리메이슨은 더 이상 비밀과 신비함으로 둘러싸인 밀폐된 모임이 아니다. 합법적으로 등록을 하고 공개 선언을 하며, 회원들의 기부금에 의해 운영된다. 프리메이슨의 활동은 미국에서 가장 활발하며, 영국 또한 프리메이슨에 가입하는 것은 하나의 영예로 여겨진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남편, 필립공도 프리메이슨이며 캔터베리 주교도 프리메이슨이다. 이탈리아(회원 5만명), 프랑스에도 존재한다.
일본에도 1865년 첫 프리메이슨이 탄생하며, 1954년에 일본인만의 독자 지부가 생긴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도 프리메이슨 지부가 둘 개설되어 인터넷 홈페이지까지 존재한다는데, 검색으로는 찾지 못했다.
6. 프리메이슨 회원
역대 미국 대통령의 3분의 1이 프리메이슨 회원이었다.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을 비롯하여 제임스 먼로, 앤드류 잭슨, 시어도어 루즈벨트, 하워드 태프트, 프랭클린 루즈벨트, 해리 트루먼, 제럴드 포드, 린든 B. 존슨, 로널드 레이건 등이 정식 회원이었다. 그리고 윈스턴 처칠, 괴테, 모차르트 또한 프리메이슨의 회원이었다고 한다.
총평
전체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긴 하나, 내용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