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한 사람들

작년 여름 은사님의 부탁으로 쓴 글입니다. 책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분야별로 중요한 책을 언급한다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살이 된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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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의 당신에게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지내시는지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요. 저는 오늘 제 고등학교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제가 깊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분입니다. 그 분에게서 당신에게 편지 한 통을 써 주지 않겠냐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대학생활을 이제 막 시작한 당신이 취업준비에 몰두하고 무엇인가를 소비하는데서 삶의 즐거움을 찾는 모습을 선생님께서는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저는 올해 29살입니다. 당신에게 이 편지가 어떻게 다가갈지 모르겠습니다. 얼굴한번 본 적 없는 제가 편지 한통을 통해 당신에게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10살이라는 나이를 빙자한 폭력이거나 어줍잖은 오만이겠지요.




그래도 저는 무언가를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제가 하는 이야기는 20대에 제가 읽었던 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좋은 책을 추천하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좋은 책을 골라 추천해줄만큼 책을 알지 못합니다. 세상에는 저와 비할 수 없이 책을 넓고 깊게 읽으신 분들이 밤하늘의 별만큼 많습니다. 다만 무언가를 이야기하는데 책이 좋은 다리가 되어 줄 것 같아 그런 것 뿐입니다.




1. 책을 왜 읽는가에 대하여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당신의 대답이 궁금합니다. 능력있는 CEO나 훌륭한 의사나 그런 것 말고요. 인간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게 있나요. 19살에 저는 세상을 섬세하게 느끼고 작은 것들까지 사랑할 줄 아는 그리고 그 사랑에 책임질 줄 아는 되고 싶었습니다. 예. 참 힘든 꿈을 꾸었습니다.




 당신에게 다가올 20대는 어떤 시기인가요. 저는 대학에 올 때까지 공부가 제 생활의 거의 전부였던 모범생이었습니다. 모범생이라는 단어가 칭찬인 것은 고등학교 때까지이지요. 대학에 온 저는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것들 투성이라는 마음에 많이 배우고 느끼고 또 많이 깨지고 또 많이 바뀌고 싶었습니다.




 컴퓨터를 쓸 때, 우리가 사용하는 것은 소프트웨어인 프로그램이지만 실제 그 프로그램은 하드웨어 없이는 설치될 수 없는 것이지요. 하드웨어의 용량을 벗어나서 소프트웨어가 운영될 수는 없으니까요. 신영복 선생님은 인간의 이성을 소프트웨어에, 인간의 감성을 하드웨어에 비유하셨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것을 배우고 안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감성이 허용하는 것 이상의 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말이었지요.




 저는 이 말에 동의합니다. 감성, 감수성 혹은 마음이라고 하는 것들은 결국 자신의 지식과 이성이 건물을 지을 수 있는 토양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설계도와 기자재와 일꾼들이 있어도 땅이 없는 곳에 건물을 지을 수는 없지요. 저는 20대가 감수성의 땅을 마련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감수성의 많은 부분이 무엇보다 타고나는 것이고 또 어린시절 길러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대에 자신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감수성은 그에 비하면 아주 작은 부분이이라고요. 저는 그 작은 부분에 대해 제가 노력했던 이야기를 해볼려고 합니다. 혹시 절망적인 이야기인가요. 그렇게 생각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감수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앞으로 당신이 맞닥뜨릴 많은 일들 예를 들어 연애나 취업이나 공부 같은 모든 것들이 결코 당신이 원하는대로 순탄하게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작하는데 이렇게 이야기해서 미안해요. 하지만 사실인걸요. 그러한 현실을 직시해야 해요. 그리고 자신이 걸어갈 길을 찾아야 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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