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김금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상 깊은 작품과 그렇지 못한 것들이 섞여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단편이 가질 수 있는 묘미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해준 책.’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작품 자체뿐 아니라 작가노트와 리뷰까지 빠짐없이 읽었다. 단순히 작품만 읽었을 때보다 훨씬 잘 이해가 되는 기분이었고, 작가 노트의 경우에는 글을 쓸 때의 작가의 심정을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아 흥미로웠다. 수록 작품 들소의 리뷰에서 소설가 윤성희 씨는 단편이 누군가의 삶 혹은 인간관계를 살짝 들여다보는 눈길이라는 윌리엄 트레버의 말을 인용해 왔다. 두고두고 인상 깊게 남을 만큼 푹 빠져서 읽은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 많은 것을 생각해 보고, 단편이 가질 수 있는 묘미에 대해 느끼게 해 준 책이기 때문에 그 말이 인상 깊게 남았다.

 

김금희,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사실 대상을 수상한 작품임에도 나의 취향에는 별로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기오성과 의 이야기, 강선과 노교수, 돌아가신 어머니와 문경의 사촌 등 수많은 소재들이 등장하는데 그것들이 잠깐씩 등장했다가 휙 사라져 버리는 기분이었고 소재들 사이의 긴밀한 연관성도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삶의 일부를 보여 주는 일상 이야기인가, 싶어 보면 그것은 또 아니다. 나름의 플롯이 존재하는데 나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기분이었다. 마지막 부분의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가 꽤나 여운을 남기기는 했지만 무엇 때문에, , 어떻게 자신이 여운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잘 알 수는 없었고, 뒷부분의 리뷰를 읽다가 심지어 내가 마지막 부분을 잘못 해석했음을 알게 되었다. 나로서는 조금 밋밋하고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인상이었지만, 어쩌면 그냥 내 취향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게 된 것일지도.

 

2. 은희경,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

정말 좋았다. 사실 이 작품집을 읽으면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인 것 같다. 인생은 소설이나 동화가 아니야, 하고 자주 말하고는 하는데 (인생 속의 일들이 늘 소설이나 영화 속처럼 잘 풀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점을 잔잔하게, 그러면서도 씁쓸하게 정말 잘 포착해 냈다는 인상이 들었다. 오랜 친구를 만났는데 생각만큼 반갑기는커녕 어딘지 모르게 삐걱거리는 듯한 기분을 누구나 느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민영과 승아 둘 중 누구도 미워할 수 없다. 각자의 고민과 각자의 괴로움을 안고 있고, 서로에게 닿지 못하는 모습에 안타까우면서도 둘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특히 두 인물을 그려내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는데, 저자는 적나라하게 이 사람은 이러이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고 나열하지 않으면서도 나에게 두 인물을 이해시켰다. 신파적이지 않고 담담한 문체도 이 글의 쓸쓸하면서도 잔잔한 분위기에 잘 맞았던 것 같다.

 

3. 권여선, 실버들 천만사

양가적인 감정이 들었다. 작품 자체는 그렇게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 자체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소설의 끝부분에서 엄마가 딸에게 이제 맛있는 거 내가 다 먹고 건강해지려고.’ 하는 장면에서는 내가 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모녀의 교류가 어딘지 모르게 너무 작위적이게 느껴져서 읽는 내내 조금 눈에 걸렸던 것 같다. 모녀가 중간에 서로를 ‘-라고 부르기로 합의한 것도 소설의 전개상 어쩔 수 없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영 익숙지 않았고 (적어도 내가 우리 어머니에게 ‘-라고 부르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대화의 대사들도 실제 대화라기보다는 드라마나 어린이 연극의 대본 같다는 인상을 주었다. 뇌를 젤리화한다는 물고기의 이야기도 내게는 조금 뜬금 없게 느껴졌고, 마지막에 어머니가 쩔어.’ 하고 나름대로 유행어를 사용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4. 정현아, 바다와 캥거루와 낙원의 밤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밑바닥까지 떨어진 한 인물의 모습을 정말 잘 그려낸 작품인 것 같다. 주인공은 모든 것을 잃고 마지막 남은 것은 딸이었는데, 딸은 주인공에게 냉랭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보인다. 나는 그래서 극적인 효과가 더 컸던 것 같다. 애초부터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은 인물보다, 모든 것을 잃고 마지막 한 가지에만 매달리다가 그것에게조차 버림 받은 것이 더 비참하고 쓸쓸하지 않은가. 보자마자 큰 충격을 받지만 집에 들이고 싶지는 않은 그림 같은 느낌이었다. 불길이 꺼져 가는 장작의 앞에 앉아 있는 주인공의 마지막 이미지도 굉장히 인상 깊었다. 오히려 무엇인가를 단정 짓는 엔딩보다는 훨씬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5. 최은미, 내게 내가 나일 그때

소설 자체를 읽으면서 그렇게 인상 깊다고 느끼지는 않았는데, 그럼에도 꽤나 애정이 갔던 작품이다. 오히려 책을 덮고 나서 더 생각나는 축인 것 같다. 평소 정신건강과 관련된 작품에도 관심이 있기 때문일까. 서사 자체보다도 유정의 캐릭터에 관심이 갔다. 유정만큼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무언가 글을 써서 남들에게 보여주고 나서 후회가 밀려올 때가 있는데, 그 딜레마와 유정의 내면 독백, 그러면서도 마냥 순하지만은 않은 겉으로 보이는 성격 같은 것들이 나에게 있어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덧붙여서 유태와 유정의 대화도 마음에 들었다. 소설 같은 것을 볼 때 대화를 꽤나 유심히 보는 편인데 (물론 객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마음에 드는 대화가 있고, 비교적 그렇지 않은 대화가 있다) - 이 소설 속에 나오는 대화들은 대부분 꽤나 마음에 드는편이었던 것 같다.

 

6. 기준영, 들소

소설 속의 이미지 자체들에 대해서는 꽤 마음에 들었다. 특히 햇빛을 받으며 소설을 낭독하는 길우에 대한 묘사가 좋았다. 작은 디테일들을 통해 햇빛이 드는 교실에서 바람을 맞으며 무언가를 읽는 소년의 이미지를 생생하게 잘 그려낸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제목에 따르면) 이 소설의 주역이어야 마땅한 들소에 대해서는 마지막까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저자의 묘사에 따르면 들소는 무언가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역동성과 필연성, 그리고 약간의 불길함을 지닌 강한 이미지. 하지만 이것이 소설의 나머지 내용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소설 자체에 대한 평가도 그만큼 하락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저자의 문장들은 마음에 드는 것들이 꽤 많았다. 예를 들어 하루가 저무는 속도로 하루를 잃는 보통의 어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을 표현하는 데 재능이 있으신 분 같다는 생각을 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문학을 사랑하는 우리는 선뜻입니다.

선뜻 인스타그램주소 https://www.instagram.com/sunddeu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