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킹 오레오 새소설 7
김홍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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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치밀함의 진수를 보여주는 소설.

 

내 취향이 아닌 것은 확실한데, 그럼에도 잘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은 바로 그런 글들 중 하나다. 평소 <반지의 제왕>같은 판타지 대서사시에 빠져 살던 나지만, 이 소설은 그런 의미에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김홍 작가의 <스모킹 오레오>를 읽으면 어딘지 모르게 꿈을 꾸는 기분이다. 사건들은 엄밀히 시간의 순서에 맞추어 전개되는 것도 아니고, 한 인물의 시각에서만 전개되는 것도 아니며, 이따금씩 등장하는 의식의 흐름 같은 서술들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몽롱한 느낌을 들게 한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하서 마냥 솜사탕 같은 소설은 아니다. 책 속에서 누군가는 폭발하는 총에 맞아 죽어가고, 누군가는 기억을 잃으며, 누군가는 식음을 전폐하고 천천히 시들어 간다.

책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처음에는 랜덤한 퍼즐 조각처럼 느껴졌던 것들이 한 조각 한 조각 맞추어져 간다. 결국 그렇게 완성된 큰 그림을 보면 아, 그런 거였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심지의 책의 마지막 장에서까지도. , 그때 그 부분이 이렇게 쓰려던 거였구나.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의 줄거리는 기묘하기 짝이 없다. 급기야 이번 소설에선 오레오를 담배처럼 말이 피우는 인간이 세상의 총을 잠깐이나마 멈추게 만드는, 전미총기협회가 읽으면 어떻게 굿즈라도 하나 보내 말리고 싶은 이야기를 완성하고 말았다.’ 황당한가? 책의 뒷표지에 나온 소설가 이기호의 추천글 중 일부다. 이런 말이 안 되는 스토리를 성립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작가의 뻔뻔함과 천연덕스러움, 그리고 치밀함이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이야기는 맛깔나기 짝이 없다. 왜인지 다 읽고 나서도 한 번 더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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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사랑하는 우리는 선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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