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 없이 어른이 되었다 - 과잉양육 시대. 잃어버린 진짜 자기를 되찾는 심리학
안도연 지음 / 학지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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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세'라는 말을 많이 쓴다. '데이트도 기세야' 같은 노래 가사가 떠오르기도 하고, 유행어처럼 쓰이기도 하는 말이다. 그래서 『기세 없이 어른이 되었다」라는 제목부터 궁금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알고 있던 기세와는 조금 다른 의미의 기세를 만나게 되었다. 내 안에서 나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힘. 이 힘을 잃은 채 어른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나 자신도 들여다보게 되는 책이었다.

이 책은 저자를 찾아온 내담자들의 상담 사례와 함께 우리가 왜 기세를 잃게 되었는지, 어떻게 다시 기세를 얻을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대학 생활과 취업 준비, 사회생활을 거치며 느끼는 불안과 부정적인 감정들을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고, 심리학적 개념과 함께 그 원인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짚어준다.
특히 좋았던 점은 누구 한 사람의 잘못으로 이야기를 끝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 령 청년 세대가 겪는 어려움에는 부모 세대의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부 모만을 탓하지 않는다. 전쟁을 겪은 세대부터 이어져 온 시대적 배경과 각자의 입 장을 함께 살펴보며, 지금의 우리가 왜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려 한다. 누군가의 잘못을 따지기보다 모두의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상담 사례와 심리학 개념을 연결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좋았다. 전문적인 지식이 은근히 많이 등장하지만 어렵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책을 읽는 내내 누군가 손을 잡고 천천히 길을 인도해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를 무조건 바꾸라고 다그치기보다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함께 살펴봐 주는 책이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깊이 와닿았던 것은 내 안의 불안이 어디에서 왔는지 이해하는 일에 관한 이야기였다. 내가 느끼는 불안이 반드시 나만의 문제는 아닐 수 있다는 것. 그 사실을 이해한다고 해서 불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며 스스로를 몰아붙이지는 않을 수 있다.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정상성의 기준에 충실한 삶을 살아왔다는 점에서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고 해야 할 일을 해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 왔지만, 최근에는 해오던 일을 멈추고 출판 편집자라는 새로운 직무에 도전하고 있다.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려니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인지, 잘 해낼 수 있을지 불안해지곤 한다. 그런 시기에 책을 읽어서인지 어떤 부분에서는 꼭 내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내 안의 기세를 단번에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 잘 보이지 않던 것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내게 이 책은 기세를 곧 바로 되찾게 해주는 책이라기보다, 기세를 찾아가는 물꼬를 터주는 책에 가까웠다.

한국 사회를 경험하며 살아온 사람이라면 어느 세대든 공감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금의 어려움이 온전히 나만의 문제처럼 느껴지는 사람이나, 익숙한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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