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서 - 외롭지 않은 혼자였거나 함께여도 외로웠던 순간들의 기록
장마음 지음, 원예진 사진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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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MBTI 중 극강의 'I'이자 집 밖을 싫어하는 집순이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지만 우습게도 외로움을 많이 타서, 이제 사람이라면 지긋지긋하다고 학을 떼면서도 끝끝내 사람을 버리지 못했다. 나는 에세이에 큰 감흥을 느끼는 편이 아니다. 공감하지 못해 읽다가 그만둔 적도 수두룩 빽빽이다. 그런데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서》는 정말 내 얘기 같아서 얼마나 많이 공감했는지 모르겠다.

내 인생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언제나 인간관계였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부모님은 온갖 사랑과 관심을 아낌없이 주었는데 나는 항상 불안했으니까.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속해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으니까. 나를 비웃을까 봐, 싫어할까 봐, 항상 가면을 쓰고 사람을 대하는 일이 언제부터인가 아주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나는 어떤 관계이든 항상 을의 입장이었다. ‘바닥으로 떨어진 마음’에서의 말처럼 일희일비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은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한번 자리 잡은 성격은 쉬이 고쳐지지 않아서 행동, 말투, 눈빛 하나하나에 여전히 마음이 부서진다. 자기주장이라고는 없는 소심한 사람이고 싶진 않은데. 어쩌면 행복의 기준을 외부에 둔 채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던 게 문제였던 건지도 모르겠다.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서》를 읽으며 느꼈던 건 창피하게도 안도감이었다. 나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게, 이런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게 어째서인지 다행처럼 느껴졌다. 내가 바라본 사람들은 언제나 나보다 완벽하고 나아 보였다. 내 친구들도, 내 가족들도. 이 세상에 뒤처지고 이상하고 불안한 건 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런 내게 이 책은 너만 그런 게 아니라고, 나도 그렇다며 건네는 따뜻한 위로였다.

part4 중 ‘핸드폰 용량을 정리하며’를 읽은 뒤 나는 오랫동안 미뤄왔던 대화 내역을 정리했다. 그동안 미뤄왔던 시간들이 무색하게도 몇 초 만에 정리되어 버린 대화 내역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쉽고, 간단한 것을 마음속에 내재된 불안감 때문에 못하고 있었다는 게 우스웠다. 지우고 나니 들었던 감정은 불안감보다는 후련함에 가까웠으니까.

수많은 선택지에서 사람에게 상처를 받을지라도 이제 스스로를 갉아먹지 않고,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재정비를 마치면 나는 다시 사람 속으로 돌아갈 것이다. 물론 많은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모순 가득한 세상 속에서 나로 존재하는 법을 조금 깨우치게 됐으니 천천히 나아가다 보면 스스로를 전보다 더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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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40
가끔은 너의 불행이 영원하길 바랐다. 너도 나도 행복하지 않으면 우린 같은 자리에 머무를 수 있어. 혼자 넘어지는 것은 두려웠지만 함께 앉아 있는 것은 좋았다.

P. 98
잘 지내냐는 말에 대답하기가 유독 어렵다. 그 안부를 묻는 이에게 어디까지 솔직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 … 형식적인 질문에 내가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P. 99
잘못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뒤를 돌아보았을 때 보인 길들은 다 초면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직접 운전대를 잡고 나아온 길이 맞았다.

P. 107
당시 나의 감정은 이분법적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오래 이어져온 깊은 열등감과, 상황이 조금 나아졌을 때 오는 자만심. 남들보다 낫거나 그렇지 않거나.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고작 그거였다.

P. 158
고심하지 않은 것들이 아픈 이유는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고 나는 그 무심함을 이해해보려 애쓰다가 이해는 원래 혼자 노력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P. 230
지나간 말들에 연연하던 건 결국 나뿐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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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에게 추천드려요』
위로를 받고 싶으신 분, 사람과의 관계에서 불안감/우울감을 느끼시는 분

『이 책은』
만약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다면 많은 공감을 할 수 있는 에세이입니다. 중간중간에 배치된 사진들이 감성적이며 한 파트의 글이 길지 않아 독서를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편히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서평은』
스튜디오 오드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좋은 책을 읽어볼 수 있게 해주신 스튜디오 오드리 출판사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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