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비트윈 : 경계 위에 선 자
토스카 리 지음, 조영학 옮김 / 허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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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과 재앙, 그리고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한 전쟁. 끝없는 지옥과 같은 현실 속 믿을 수 없는 낙원이 있다. 바로 엔클라베. 높다란 담벼락에 둘러쌓여 작은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는 그 곳에는 선택받은 사람들에게 천국을 약속하는 신, 매그너스가 있다. 전남편으로부터 위협을 받던 윈터가족은 낙원의 공간에 오게 된다. 그 곳에서 안정을 담보로 자유와 의지를 내려놓는다. 밖은 지옥이며 엔클라베의 사람들은 천국으로 가게 될 것이다. 강력한 외침에 현혹된 사람들. 그 요새와 같은 낙원에서 쫒겨나 지옥불로 떨어진 윈터를 기다리고 있던 건 정말 지옥이었다.

미쳐버린 사이비 종교에서 벗어난 윈터는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충분히 만끽하지 못한다. 10년 넘게 매그너스의, 엔클라베의 교리에 따라 살던 그녀에게 현실은 낯설기만 하다. 그리고 연이어 보도되는 지진, 역병 등의 재앙들. 죄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의 고통에도 대부분은 무관심하다. 그런 모습을 보고 윈터는 어쩌면 엔클라베 이외의 곳은 지옥이라는 매그너스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엔클라베 안에서는 지진, 역병이 없었고, 최소한 타인의 죽음에 슬퍼하기는 했으니 말이다.

하루에도 몇십번 씩 쏟아져나오는 죽음에 관한 뉴스들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이 몇십만명이 죽건 사람들은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다. 내 일이 아니니까. 아무리 큰 재앙이 닥쳐도 처음에만 조금 관심을 보이며 ‘저런...’할 뿐이다. 과연 어디가 천국일까. 사소한 죽음에도 과도하게 반응하며 멸망의 날이 다가온다 호들갑을 떠는 곳일까, 아니면 몇 십만명이 죽던 내 일이 아니니 관심도 없는 곳일까.

《라인 비트윈》은 펜데믹 상황을 제외하고서라도 현실과 무섭도록 닮아있다. 전염병이 도는 초반에는 사람들이 그리 관심이 보이지 않으며 당연스레 자기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펜데믹 상황이 오는 순간 이성을 잃고 무법지대로 변해버리고 만다.

전염병이 도는 원인도 참으로 어이없고 허무하다. 차라리 누군가가 세계를 지배할 생각으로 어마어마한 짓을 저질렀다고 하면 더 좋은 법하다 싶을 정도다. 사소하고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세계를 뒤흔들 전염병이 시작되었고 그 혼란 속에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현실에서도 끔찍한 전염병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2020년 초 시작된 전염병은 2년이 훌쩍 넘었지만 사그라들지 않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펜데믹이라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우왕좌왕 길을 잃고 마음은 점점 더 황폐해져만 간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그랬든 답을 찾을 것이다. 윈터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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