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피싱
나오미 크리처 지음, 신해경 옮김 / 허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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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프와 엄마는 정착하지 않는 떠돌이다. 한 곳에 짐을 풀고 사회 생활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 형체 없는 두려움이 밀려올 때면 금방 자취를 감추고 도망간다. 스테프는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자동차 여행에 익숙하며 엄마 또한 정처없이 운전하다 우연히 살 곳을 마련하는 생활에 익숙하다. 어차피 새로운 곳도 그들의 집이 되어주진 못한다. 시도 때도 없이 밀려드는 두려움은 형체도, 특징도 없으며 스테프의 엄마의 ‘주관적인 느낌’이니까 말이다.

 스테프는 가끔은 엄마가 말하는 ‘이혼한 폭력적인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곤 한다. 과연 정말 실제하는 것인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사람이길래 공권력의 힘을 빌리지 않고 그저 도망다니기에 급급한 것인가. 잦은 이사와 보장할 수 없는 정착은 스테프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스테프는 어디서든 정을 붙이지 않는다. 아니, 사실 붙일 수도 없다. 금방 또 떠나야하니까.

 현실에서 친구를 만들기 어려운 스테프에게 진짜 친구들은 캣넷의 친구들이 전부이다. 비록 온라인에서 서로에게 얼마나 진실한지는 알 수 없지만 현실에서는 이해받지 못하는 진심을 주고 받는 ‘진짜 친구’이다.

 온라인에서 만나는 친구가 전부였던 스테프에게 레이철이라는 새로운 변화구가 찾아온다. 어디든 떠나면 그만이라던 스테프는 위스콘신에 남아있고 싶어진다. 그리고 도대체 왜 자신이 떠돌아다니는 삶을 살아야하는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하며 그토록 의문이었던 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진실을 마주한다.

 진실의 대가는 예상보다 컸으며 10대 소녀인 스테프가 혼자서 감당해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진실은 거대했으며 복잡하고 철학적이었다. 하지만 덕분에 스테프는 엄마와 자신에 대한 모든 진실을 알게 되었고, 엄마의 노력과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 끔찍한 두려움 속에서 끝까지 자신의 곁에 있어준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돌아보게 되었고 자기 자신을 직시하게 된다.

 두려움 속에서 성장한 것은 스테프 뿐만이 아니다. 혼자서 모든 진실을 짊어지며 하루를 버텨나가던 엄마는 딸에게 솔직한 아픔을 드러낸다. 서로의 아픔을 마주한 모녀는 드디어 서로에게 정착한다.



 이 책은 한마디로 귓가에 ‘두둥-’하는 넷플릭스 오프닝 사운드가 귀에 느껴지는 것 같은 책이다. 10대, 소수자, 스릴러, 서스펜스, 그리고 AI와 사랑. 못해도 시즌 3까지는 나온 유명 넷플릭스 시리즈를 글로 읽는 것 같은 화려함과 세련됨이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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