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별을 떠나기로 했어
천선란 외 지음 / 허블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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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편의 단편들에는 모두 지구가 아닌 우주 속의 다른 행성, 낯선 생명체가 등장한다. 하지만 결국 하나의 이야기를 한다. 사람. 살고자 하는 사람. 조금이라도 더 잘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이 나온다. 세상살이는 참으로 기묘하고 웃긴 것이라 잘 살아보겠다고 노력하는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울과 좌절을 느낀다. 이인은 사랑할 수 없는 마음에 죽고자 했고, 벤도 사랑하는 사람이 없음에 죽고자 했다. 리진 또한 잊혀짐에 좌절했고, 연음과 기정도, 미아와 해리도, 알리도. 그들은 모두 전쟁이라는 상황, 환경오염, 다자연애, 공동육아, 노노화, 혐오에 의해 상처 받고 괴로워했다. 하지만 그들은 괴로움 속에서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바를 다 하며 인간성을 잃지는 한 명의 사람으로써 하루하루를 살아나가기로 결심한다. 산다는 게 다 맘같이 되지는 않아도, 사실 특별한 의미 없이 숨을 쉬고 내 일을 해나가는 것도 산다는 것이니까. 그들도 그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는 것에 나는 뜻모를 위로를 느꼈다.

 5편의 단편들 중 유독 내 마음에 스며들었던 것은 <남십자자리>였다. 이 단편이 유독 내게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은 아마도 내가 할머니 손에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 할머니와 함께 자랐고, 내 주 양육자였던 할머니와 이런저런 기억이 참 많다. 할머니와는 18년을 함께 산 후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해 떨어져살게 되었다. 그 때 이후로는 1년에 기껏해야 서너번씩 할머니를 보는데 그때마다 하루가 다르게 늙어져있는 모습을 느끼고는 참 마음이 복잡하다. 최근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할머니를 자주 보러가지 않는데, 실제로 바쁜 것도 바쁜 거지만 사실 더 큰 이유는 할머니를 보고 난 후 돌아오는 길에 느껴지는 우울감이 싫어서 그런 것이다. 머리에 어느새 까만색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늙어버린 할머니를 보면 내가 어렸을 때 그래도 젊던 할머니의 기억이 자꾸만 떠오른다.


 오랜만에 책으로부터 위로를 받는 느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동안 지쳐있던 마음에 그래도 그런대로 잘 살아보자 하는 생각이 스며들었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머리를 핑핑 굴리며, 이 생각 저 생각 별 생각을 하며 살아야 사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간만에 책을 읽으며 떠올린 밤하늘의 우주 모습에 살아있는 것 같다는 걸 느꼈다. 내게 위로를 준 고마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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