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 ‘오늘의 식탁’에서 찾아낸, 음식에 관한 흔한 착각
정재훈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푸드 라이터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다. 대부분 푸드 파이터로 알아듣는다는 작가의 농담처럼 나도 처음에는 작가가 꽤나 잘 먹는 사람인가보다 생각했다. 푸드 라이터는 말 그대로 음식 평론가이다. 음식을 맛보고 맛에 대해 논하며, 음식 속에 담긴 문화와 역사와 그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해보이는 음식, 혹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은 음식, 가령 치즈닭갈비나 못난이 감자에도 다양한 시대와 문화, 트렌드가 반영되어있다. 한번도 깊게 생각해본 적 없는 배달문화, 간헐적 단식, 심지어 채끝살 짜파구리에서 다양한 의미를 읽어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치 내 눈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문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과학이 우리의 식문화를 정말 많이 바꿔놓았구나 싶었다. 나는 어제도, 지난 주에도, 사실 자주 배달어플로 배달음식을 주문해 식사를 한다. 어플이 없기 이전에는 어떻게 음식점의 번호와 메뉴를 알고 주문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다. 몇 년 전 음식을 시킬 때만해도 메뉴는 거의 정해져 있었다. 짜장면, 치킨, 피자, 햄버거처럼 배달에 익숙하거나 혹은 식지 않는, 붇지 않는 음식이 주를 이뤘다. 그 때에는 냉면이나 파스타, 쌀국수가 배달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심지어 삼겹살, 스테이크도 배달이 가능하며 생각보다 퀄리티있는 음식으로 배달된다. 이젠 파스타나 쌀국수가 배달 시켜먹기 나쁘지 않은 음식이 되었다. 커피나 케이크도 배달되는 세상이니 말이다. 그렇게 빠른 시간 안에 먹어야 맛있는 음식의  배달이 가능하기까지 음식의 조리 방법, 포장 방법 등 많은 것이 변화했겠지. 앞으로는 어떤 음식을 배달 시켜 먹을 수 있게 될까?

 

 과학이 식문화를 바꿔놓은 건 배달문화 뿐만 아니다. 가장 신기하게 바뀐 부분은 아마 대체육류에 관한 부분일 것이다. 실제 고기를 먹을 수 없어 고기 맛이 나는, 고기의 영양분을 갖춘 대체육을 만들어 먹는 것은 먼 미래를 다루는 sf소설에서나 볼 법한 얘기였다. 그런데 이제는 소고기 맛과 흡사한 대체육이 개발되고 있고, 그 대체육을 활용한 음식 또한 호평을 받고 있다. 대체육이 개발되기 시작한 지점이 '환경'이라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비록 맛이 조금 없더라도, 혹은 생활이 불편하더라도 고기를 먹기 위해 치뤄야하는 환경의 희생을 의식해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특히 MZ세대에서 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고기의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대체육이 필요한 것이다. 나도 각종 과도한 육류 생산을 비판하는 다큐멘터리를 볼 때마다 채식을 떠올리곤 하지만,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고기 때문에 금세 생각을 접은 적이 많다. 만일 대체육이 보편화된다면 채식에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대체육이 고기 시장을 점령하게 되면 오히려 실제 고기의 값어치가 올라 '가진 자'의 전유물이 될 것이라는 추측은 좀 무섭지만)

 

 음식은 우리 몸 속으로 들어가 몸의 일부가 되며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고, 상한 음식을 먹으면 아픈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음식을 먹을 때 꽤 많은 말들에 휘둘리곤 한다. 이게 좋다더라, 이게 나쁘다더라 하는 말들 말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뭐든 정답은 하나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배고플 때 적당히 먹는 것. 스트레스 받지 않고 먹고 싶은 걸 적당히 먹는 것이야 말로 건강하게 음식을 먹는 비결이다. 유기농이 좋다던가, MSG는 나쁘다던가 하는 정답은 결국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