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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과학사 - 불의 이용부터 나노 테크놀로지까지 인류 과학의 역사를 한눈에!, 개정판 ㅣ 하룻밤 시리즈
하시모토 히로시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하룻밤에 읽는 과학사
인류의 역사는 과학 기술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교육체계에서 역사는 정치사, 외교사, 경제사, 사상사, 철학사 등 인위적으로 좁은 틀에 가두어 특정한 주제에 대해서만 가르치고 배웠던 기억이 난다. 인류의 삶의 흔적 속에서 물론 특정 분야에 집중하여 바라보는 것은 그 분야 전문가들의 몫이겠지만, 일반대중의 삶은 그야말로 그 모든 것의 혼합이자 통합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역사를 조망함에 있어 특정 시각을 갖는다는 것이 매우 편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첨단 문명은 과학의 뒷받침이 없이는 지탱될 수가 없을 것이다. 예로부터 과학기술이 발전할 때 대체로 그 나라도 부강했고, 문화도 융성했던 것 같다. 그런 시류에 따라 과학자나 기술자가 우대받거나 천대받거나 하는 일도 당연했다. 기술보국이니 과학강국이니 하는 말은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가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필사적으로 추구해야 할 국가전략이 되어야 하는 이치라고 하겠다. 그만큼 과학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고 그에 따라 과학의 역사에 대한 이해도 전체적인 역사의 흐름 속에서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룻밤에 읽는 과학사]는 그런 의미에서 인류가 추구해 온 선사시대 불의 이용에서부터 현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까지 과학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개관하는 역작임이 분명하다. 저자인 하시모토 히로시(橋本浩)의 이력이 독특하다. 저자 소개를 보니 경제학을 공부하다 의학으로 전향하여 의사생활을 하다가 현행 일본의 의료 제도에 의문을 갖고 일본 소아학회인정의 자격을 스스로 반환한 자칭 ‘괴짜’ 의사라 한다. 그래서인지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 때는 그가 왜 전공인 의학사도 아닌 세계의 과학사를 집필했을까 하는 궁금증과, 역사에 관해 비전문가가 쓴 역사책을 과연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마저 솔직히 들었다.
그러나 책의 서문에서 이런 류의 개관서가 필요함에 대해, 그리고 내용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각 시대별로 중요한 핵심 포인트는 거의 빠짐없이 다루고 있음을 보고 무척 놀랐다. 어쩌면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일반대중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때 프로 못지않은 진정한 아마추어는 바로 그런 니즈를 간파할 만큼 엄청난 내공을 갖고 있는 경우가 허다한데 전문가라야 한다는 선입견 때문에 미처 그 사실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전체 인류 역사와의 관계 속에서 이해하는 과학의 역사 개관서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만큼 단순히 과학과 사상과의 관련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진정한 역사적 변화의 의미와 그 이면까지, 각각의 사건을 연관시키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서술했다. 물론 세세한 내용까지는 다루지 못한 점이 있지만, 그건 이 책을 통해 독자가 기대할 목적이 못된다. 솔직히 하룻밤에 인류의 과학사 전체를 아우른다는 것 자체가 소위 ‘뻥!’아닐까.
그렇지만 총 10장으로 구성된 세부 목차를 보면 초기과학이 태동하기 시작한 선사시대부터 오늘날의 나노기술, 대체의료 등에 이르기까지 시대순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얼핏 보면 일반적인 세계사 책이라고 착각할 뻔했다. 또한 서양뿐만 아니라 이슬람과 중국, 일본, 한국 등 동양을 아울러 전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과학(좀 더 좁은 의미에서 수학과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 의학 등)의 역사를 풀어가고 있다.
이 책에는 과학의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으면서, 각 분야별 과학사에서 등장해야 할 중요한 핵심내용이 빠짐없이 들어 있다고 저자는 감히 말한다. 따라서 독자들은 커다란 역사의 흐름 속에서 다시 과학과 과학자들이 차지했던 위치를 보면서 과학사를 개관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간결하게 정리하면서 과학의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구성되어 있다. 또한 각 장의 표지에 있는 역사 연표는 물론 매 꼭지마다 들어 있는 풍부한 도표와 그림은 해당되는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고 이해하는 데 무척 요긴하다. 또한 과학사라면 왠지 딱딱할 것 같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도록 책의 중간 중간에 끼워 넣은 과학사 관련 칼럼과 짧은 역사 메모 또한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세계의 역사 속에서 과학의 역사를 개관하다보니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과학 아닌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또한 과학의 진보는 인류의 구원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파괴자가 되기도 하는 양면성 - 이는 결국 과학자의 연구윤리 문제와 직결된다 - 때문에 과학자뿐만 아니라 당대의 정치가나 일반대중들에게까지 커다란 과제를 던진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역사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인문교양을 함양하고 싶은 일반 독자는 물론 과학에 대하여 좀 더 관심을 갖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권하기에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