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밥이다 - 매일 힘이 되는 진짜 공부
김경집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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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밥이다>

 

이 책의 저자 김경집은 나무처럼 살고 싶은 바람을 품고 사는 인문학자라고 한다. 그는 오늘날의 인문학 열풍이 사람들이 공부하는 즐거움을 발견하고 인문학을 제대로 삶 속에서 활용하는 데 하나의 전환점이 되기를 희망하며, 인문학자로서 일반 대중들이 다양한 분야의 인문학에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자 또는 메뉴판의 역할을 자처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책은 크게 412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철학, 종교, 심리학, 역사, 과학, 문학, 미술, 음악, 정치, 경제, 환경, 젠더를 순서대로 다루고 있다. 1부는 마음의 깊이를 더하는 인문학으로 철학, 종교, 심리학에 대해 소개한다. 2부는 진보하는 인류와 인문학으로 역사와 과학을 다루고 있다. 감성을 깨우는 인문학을 다룬 3부에서는 문학, 미술, 음악에 대하여, 마지막으로 4부에서 정치, 경제, 환경, 젠더를 묶어서 인문학은 관계 맺기다는 저자의 인문학 혹은 인간학에 대한 사유와 공부의 핵심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저자가 이 책 한 권으로 무려 12개의 개별 학문에 대하여 완벽하게 소개한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하다. 만약 어느 누구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자만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지적 오만 또는 자신의 무지를 온 세상에 드러내는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특정 학문에 대한 특정 저자의 개론서 한 권도 이 책의 분량에 맞먹는 600여 쪽이 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자칫 수박 겉핥기 식의 치명적인 오류에 빠질 위험도 있는 만큼 이런 류의 책들이 갖는 근본적 한계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분야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도 이 책의 메뉴판을 훑어보고 나름대로 관심과 흥미를 갖고 공부를 좀 더 깊이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길잡이로서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본다.

 

다양한 인문학 분야에 관한 메뉴판을 자처하는 이 책은 각 부마다 하위 장에서 다룰 개별 학문의 커다란 중심주제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면서 독자들이 이러한 분야에 대한 공부를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 일종의 학습목표를 제시한다. 또한 각각의 장마다 해당 학문의 핵심적인 주제를 다루고 말미에는 읽어볼 책들이라는 파트를 두어 저자가 엄선한 관련 도서들을 간략한 소개와 함께 제시하고 있어 유용한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나에게는 솔직히 각 학문에 대한 본문 내용 못지않게 이러한 도서목록이 저자의 독서 편력을 따라가면서 사유의 흐름과 공부 방법을 엿볼 수 있어서 더 소중하게 여겨진다.

 

저자가 말하는 인문학은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인간에 관한 학문으로서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모두 아우르는 넓은 의미의 인문학을 뜻한다. 인문학은 그저 잠깐의 열풍과 관심으로 적당한 지식을 얻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매일 밥을 먹어야 살 듯 언제나 꾸준히 공부하고 자신의 삶으로 내재화하는 과정을 지속해야 한다. 인문학의 목표는 끊임없는 성찰과 질문을 통해 인간성을 회복하고 개인의 인격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는 생각하는 힘으로 구현되며, 구체적으로는 학제적 성격과 융합적 지식의 발현을 수반한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의식하든 안 하든 매일 매순간 인문학을 배우고 활용하는 셈이다. 그것은 때로는 왜 존재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와 같은 철학적, 종교적 문제일 수도 있고, 행복과 불행, 우울증이나 자살, 범죄, 지역 이기주의, 사이코패스 등과 같은 심리적 문제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최첨단 과학기술 문명의 발달과 인간 소외, 예술적 감성과 심미안, 역사적 사건의 해석, 정치적 이념 논쟁과 크고 작은 전쟁, 핵무기와 세계 평화, 빈부 격차, 실업, 협동조합 등 자본주의의 그늘과 대안, 성차별, 양성평등처럼 우리가 혼자서 또는 집단적으로 고민하고 갈등하는 수많은 문제들은 모두 다 인문학적 지식과 통찰에 기반하여 통합적으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대상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문학은 평생의 공부이고 삶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전혀 과장됨이 없다.

 

저자의 이런 폭넓은 관점에 대해서는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동서고금의 성현들조차 인간에 대한 완벽한 이해에는 도달하지 못했기에 인간에 대한 탐구의 여정은 그 끝을 알 수 없어 본디 인문학이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가닥 없는 공부가 되기 십상이다. 때마침 이런 좋은 책이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 주니 용기를 내어 나의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철학, 역사, 심리학에 각별한 흥미를 갖고 있는 아들이 수능시험 끝나면 그 동안 내가 읽은 책들과 함께 이 책을 독서 길잡이로 읽어보라고 꼭 물려줘야겠다. 편식하지 말고 <> 골고루 먹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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