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파란, 나폴리 ㅣ 작가의 작업 여행 1
정대건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7월
평점 :
얼마 전 <나의 파란, 나폴리> 서평단에 선정되었다. 작가의 장편소설 <급류>를 읽은 뒤라 책이 무척 기다려졌다. 사실 순서는 반대였다. 안온북스 계정에서 정대건 작가의 <나의 파란, 나폴리>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먼저 보았고, 도서관 한국문학 코너에서 정대건이라는 이름이 눈에 띄어 책을 집어든 것이었다. 대출해 온 날부터 급류에 휘말리듯 읽어내린 소설에 나는 마음을 푹 담그고 있었다. 그러니 서평단 신청을 할 수 밖에.
드디어, 마포구 서교동의 고래빌딩에서 경주의 바닷마을에 다다른 책의 포장을 풀었다. 출판사 계정에서 보았던 표지가 파랗게 드러났고 비행기 탑승권 디자인의 띠지에 곱게 접은 종이비행기가 끼워져있었다. 날개 끝에 네잎클로버를 달고서. 펼쳐보니 간단한 책 소개와 서평 작성 안내가 적혀있었다. 이토록 다정한 안내문이라니!
자, 탑승권도 손에 넣었으니 이제 정대건 작가의 파란 나폴리로 떠날 시간이다. 영화감독으로, 작가로 살며 프리랜서의 불안과 자기 의심을 안고 지내던 날들을 지나 나폴리에 도착한 한국의 소설가. 사람들 사이에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려 했고 개인주의를 선호하던 그는 낯선 곳에서 90일 동안은 다르게 살아보기로 한다. 걷고, 함께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여행을 떠나며 나폴리의 파란 빛에 물들어간다. 다정한 사람들의 친절과 이방인을 향한 환대 앞에서 보드라워지지 않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맛있는 커피와 피자, 내리쬐는 눈부신 햇살과 푸른 바다와 여행지 사이에서 작가가 들려주는 지난 날의 작아졌던 마음과 나폴리에서의 부풀어오른 감정들과 소설들의 뒷이야기, 떠올린 영화의 장면들까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듯 읽어갔다. 읽어가며 나는, 양복점에서 일을 배우기 위해 나폴리로 떠난 남자의 이야기와 이탈리아 남부 지방의 열정과 푸르름을 담은 사랑 이야기가 작가의 소설로 태어나기를, 어느덧 바라고 있었다.
살아온 날과 놓여진 자리가 달라도 인생을 살며 마주하는 감정은 비슷한걸까. 불안, 두려움, 기대, 설렘, 실망, 행복, 그리움, 기쁨, 연민, 망설임, 후회, 응원을 보내는 마음, 사랑, 사랑, 사랑… 이 책을 읽는 누구든 교집합의 동그라미를 그려보며 작은 위로를 경험하며 자기만의 파란, 하얀, 혹은 빨간 어딘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작가님의 인스타 @dacapo119 하이라이트에 있는 사진과 영상을 함께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