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별글클래식 파스텔 에디션 5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정지현 옮김 / 별글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가 기억난다.
별다른 내용없이 할아버지와 바다가 계속해 나오는 책은 지루했지만
뭔가 뒤로 가면 갈수록 큰 일이 펼쳐져 재밌게 전개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꾹 참으면서 읽었었다.
결말이 너무 허무하고 그 상황을 겪고도 또 다시 아무렇지 않게 바다에 나갈 것이라는 노인을 보면서
어른들은 다 이런가? 아니면 이 할아버지만 그런가? 이 책은 왜 이렇게 쓴거지? 하며 어리둥절했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실까봐 조마조마하며 읽었던 마음까지 더해져
그 허무함이 너무 컸기에 이 책 내용은 시간이 흘러서도 잊을수가 없었다.
정말 재미없던 책이지만 어린 나의 기준에서 내용이 정말 이상했기 때문에
오랜 시간 헤밍웨이의 이름을 잊지 않았던 책이기도 했다.

커서 이 책을 다시 읽었을 때의 느낌은 경이로움이다.
노인의 마음과 행동이 이해가 되고 그렇게 묵묵하고 무게있게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건
내가 나이 들었다는 증거이려나.
왜인지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고기가 잡히지 않는 바다에 꾸준히 나가는 일이나,
힘겹게 잡은 물고기를 상어떼에서 빼앗기는 일이 인간의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드넓고 바다 한 가운데 외로이 떠 있는 배가 우리 각 사람의 모습 같기도 했고.
스토리 자체는 굉장히 짧고 단순하지만 이런저런 생각이 자꾸 드는 걸 보면 괜히 명작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든다.
읽으면서 마음이 편해지고 차분해지는것도 참 좋았다.

대부분 노인과 바다를 읽으면 노인의 끈기에 대해 얘기하곤 하지만
나는 끈기라기 보다는 고독에 더 포인트가 갔다.
고독과 친구할 수 있는 노인의 그 경지가 멋있게 느껴졌고.

노인이 얼른 몸이 나아져서 소년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줬으면 좋겠지만
소년이 직접 노인과 같은 사투를 겪으며 성장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뭐든 내가 직접 경험하는 것이 옆에서 100번 얘기해주는 것보다 더 강렬하니까.

명작은 역시나 명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