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별글클래식 파스텔 에디션 1
헤르만 헤세 지음, 김세나 옮김 / 별글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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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그러하듯 나도 이 책을 중학생 때 처음 읽었다.
꼭 읽어야 하는 세계문학이라는 소리에 읽기 시작했으나 도무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지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 부분들이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고,
'읽기 시작했으니 끝은 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억지로 한 권을 겨우 다 읽었기 때문에 그다지 좋은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 여러번을 읽어도 항상 머릿속에 남는 내용이 별로 없었다.
그렇게 '데미안'은 언제나 나에게 읽어보지 않은 책과 같이 '미지의 세계' 느낌으로 남아있었다.
이런 식으로 5년에 한 번씩 이 책을 띄엄띄엄 읽어보다 최근에 들어서야 제대로 읽어보게 되었다.
영화나 책이나 나이가 듦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진다고 하더니 데미안 역시 다른 느낌으로 읽혀 신선했다.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만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 그를 감싸고 있는 세계는 어느 시점에 다다르면 서서히 깨질 것이었다.
그러나 데미안으로 인해 그 과정을 좀 더 격하게 고뇌하고 몸부림치며 겪었다고 생각한다.
학생 시절에는 항상 '데미안을 만나지 않았다면 싱클레어의 삶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했고
그랬다면 싱클레어는 '데미안'과 '그가 준 혼란'들을 생각하며 보냈던 시간을 다른 방식으로 풍요롭게 보낼 수 있었을 것 같아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드리지 않으면 안된다'

이 구절에는 헤르만 헤세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모든 내용이 압축되어 있다.
데미안을 읽고나면 꼭 이 구절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저 부모님이 시키시는 대로 착하게만 자라왔던 학생 시절, 왜 이 책의 내용이 깊게 이해되지 않고 따분했는지 이제는 알 것도 같다.
배운것과 상충되는 새로운 정보의 습득이 나를 집어 삼킬 것 같은 무서운 파도같이 느껴져서 그렇지 않았을까?

선과 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내면의 또 다른 나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반문하게 만들기 때문에 이 책은 결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내면에 숨겨진 내 모습을 찾아가고 싶다면 이 책을 읽는 시간을 꼭 가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내 안의 온전한 내 모습을 아직 찾지 못했다.
지금도 내면의 나 보다는 다른 사람이 보는 나를 가꾸고 정돈하기에 바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미안을 읽고나면 나의 자아찾기에 한동안 집중하게 된다.
진짜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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