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라, 그리고 비범하라 - 장자.외편 새로 쓰는 장자 2
차경남 지음 / 미다스북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장자의 모습을 보니, 그 옛날 청렴하고 굳은 심지를 가졌던 선비의 모습이 그려졌다.
어지러운 나랏일에 휘말리지 않고 홀로 지방에서 글을 쓰고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가던 선비.
대나무 숲에 온 것 같은 시원함과 깨끗함이 그의 언행에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일단 나의 이미지는 청렴한 선비의 모습이나, 실제로 이번에 알게 된 장자는 괴짜에 가까웠다.
어려워 손을 벌리면서도 모든 것에 당당했고, 옳지 못한 것이 있으면 부딪히기를 두려워 하지 않았다.
천박하게 느껴질 만큼 어지러운 세상을 향해 온갖 조롱을 하면서도 그 중심은 곧았다.

모두가 예 라고 대답할 때 아니오 라고 말할 것 같은 사람.
장자라는 인물을 알아갈 수록 그의 당당함과 자신감, 그리고 제대로 된 시각으로
사물을 파악할 줄 아는 그의 능력이 너무도 부러워졌다.

노자 순자 공자 맹자 등 그들의 철학적 가르침이 담긴  책을 펴면 부담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얼마나 어려울까, 한자가 지나치게 많지는 않을까,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일까?
그러나 이 책은 놀라울 만큼 쉽게, 그리고 오래 기억될 만큼 강렬하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설명으로 가득차 있어 장자의 사상과 그의 삶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다.

특히 지네와 뱀에 관한 부분을 읽을 때 다시금 자연의 섭리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는 자연을 아끼자, 자연으로 돌아가자 하면서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자연을 모두 파괴하면서까지 편리성만을 추구한 설계를 한다.
무위자연,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들을 때 흔히 산에 사는 선비의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자연이 우리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단 장소의 문제가 아닌,
사물을 볼 때도 인간중식적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인간중심주의는 모든 사물을 인간의 눈으로 본다.
그러나 자연중심주의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본다.
자연중심적으로 우리가 사물을 본다면 이토록 경쟁이 만연하게, 치열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을까 ?
자연 앞에서 우리는 모두 동등하고 귀중한 존재인데 굳이 등수를 매겨가며 우위를 판단할 필요가 있을까?
오랜만에 머리와 가슴을 멍하게 만드는 깨달음이 느껴졌다.

단순히 생각하면 모두 보이는 사실을 우리는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아니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서 앞만 보고 달려가는 치열함속에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놓치며 살고 있을 것이다.
장자의 책을 읽으니 문득 잊혀져가고 있던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인생이라는 긴 항해에서 잠시 쉼표를 찍고 싶을 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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