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사랑 이야기
마르탱 파주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아마도 사랑이야기]는 분명 특이한 책이다.
사귄 적도 없는, 아니 기억도 나지 않는 여자에게 이별을 통보받는 남자라는 주인공 설정 자체가 범상치 않다.
그런데 이 남자가 더 특이하다.
마치 그 여자를 자신이 알았던 것처럼 사랑한다고 여기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흔적을 쫓아가다가 결국에는 그냥 마무리한다.
표면상으로는 그냥 마무리하는 것 같지만 그 내면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다.
클라라라는 묘령의 여인으로 인해서, 자신의 인생관에 대해 돌아보게 되고
자신이 이전에 사랑했던 여자라는 존재와 사랑했던 여자들을 돌아보게 된다.
더불어 자기 자신을 조금은 더 사랑하게 된다고 하면 제대로 전달이 될까?
이 책을 단숨에 읽어내렸지만, 아직도 잘 말로 풀어내지는 못하겠다.
내가 느낀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내가 비르질을 어떻게 이해하게 되었는지를 말로 표현하기가 참 어렵기 때문에
서평을 쓰면서도 내가 아는 온갖 어휘를 다 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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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질은 분명 한국 스타일의 남자는 아니다.
약간은 유약하면서 약간은 신경질적이며 회의적이다.
여자라는 존재를 찬미?하는 듯하고 파리를 떠나는 것을 굉장히 거부한다.
자신이 짜놓은 틀에 그대로 갖혀서 사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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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클라라라는 여자의 등장으로 인해서 그의 삶은 바뀐다.
긍정적으로 바뀐다고 볼 수 있다. 꽁꽁 갇혀있던 것에서 일단 탈피하니 말이다.
자신이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집 계약을 해지하고 전화를 중단시켜버리고, 불행하지 않은 불행한 남자인 척을 하고, 승진을 거부하는 일련의 파격적인 행위는
그를 새롭게 만드는 또 하나의 삶이다.
모르는 여자를 통해서 결국은 삶을 reset하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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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나는 [아마도 사랑이야기]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
비르질 자신이 자신을 제대로 돌아보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잘 잡혀지지 않는다.
눈에 보이긴 하지만 잡혀지지 않는 안개처럼 말이다.
다시 한 번 더 읽어야만 하겠다는 여운이 짙게 남은 소설이었다.


인상적인 구절들
1. 그는 친구들 앞에서 결코 불행하지는 않은 불행한 남자 역할을 했다. 그러자 지나간 사랑의 슬픔이 기괴스럽게 느껴졌다. 자신의 평소 행동을 흉내내다 보니 비르질,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대충 알게 되었다. 그는 결코 만족을 모르고, 늘 같은 불만만 늘어놓으며, 자기 자신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이었다. 이런 발견을 가능케 해준 클라라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2. 본능적으로 이상형을 꿈구는 것은 우리 자신을 그려보는 것이다. 부족한 것도 없고, 어떤 약점도 없는, 그리고 원하는 성별을 가진.
3. 30대가 지나면 남녀간의 만남이 회사 면접과도 같아진다. 많은 실패와 아픔을 겪고 난 후라 더 조심스러워진다.
4. 우리가 사랑할 수 있었던 사람을 잃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 하나 있다. 결코 그 사람을 우리 인생 속으로 들어오지 않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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