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뻐꾸기 부모

 

‘마루’와 스승이 산을 걷는데 뻐꾹뻐꾹하고 뻐꾸기 소리가 한 번 청량하게 들렸다.

 

스승 : 뻐꾸기가 왜 우는지 아느냐?

마루 : 글쎄요 …… 짝을 찾기 위해서, 아니면 영역을 알리기 위해서 우는 것 아닐까요?

스승 :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을 하지. 그러나 뻐꾸기는 다른 목적으로 운단다.

마루 : 어떤 목적이요?

스승 : 그럼 뻐꾸기의 부모가 누구인지 아느냐?

마루 : 스승님, 너무도 당연한 말씀을 하시니까 웃음이 나옵니다. 뻐꾸기 부모가 뻐꾸기죠, 뭐!

 

 

스승 : 아, 다르게 물어야겠구나. 뻐꾸기를 키워준 부모가 누구인지 아느냐?

마루 : 그것도 역시 뻐꾸기 아닌가요?

스승 : 그렇게 쉬우면 문제도 아니지.

마루 : 뻐꾸기를 키우는 부모가 뻐꾸기가 아니면 도대체 누구란 말이죠?

스승 : 뻐꾸기는 스스로 둥지를 만들지 않고 때까치나 종달새 등의 둥지에 알을 낳는데 그렇게 되면 다른 새들이 자기가 나은 알인지 알고 품어서 키우게 되는 거란다.

마루 : 뻐꾸기가 그런 잔머리를 쓰는군요.

 

 

스승 : 뻐꾸기 새끼가 태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뭘까?

마루 : 울기밖에 더 하겠어요.

스승 :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을 했지. 그런데 태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것은 둥지에 있는 다른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어서 제거하는 거란다.

마루 : 잔혹한 새끼네요?

스승 : 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먹이를 날라주는 어미새보다 훨씬 더 커서 입안에 어미새 얼굴이 다 들어갈 정도로 커.

마루 : 그런데도 그 어미가 자기 새끼인지 아닌지 모르나 봐요?

스승 : 한 번도 자신을 거울에 비추어보지 않아서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품어서 기르다보니 모정이 생긴 거겠지.

 

 

마루 : 그래도 기른 정은 있겠죠? 뻐꾸기 새끼가요.

스승 : 자, 이제서야 뻐꾸기가 우는 이유가 나오는구나.

마루 : 무슨 까닭으로 뻐꾸기가 우는 건가요?

스승 : 뻐꾸기 어미는 자신의 새끼라는 것을 아니까 자신을 잊지 말라고 계속해서 뻐꾹뻐꾹하고 울어서 세뇌를 시키는 거란다. ‘아가, 아가, 내가 네 어미다! 아가, 아가, 나를 잊지 말거라!’ 그런 뜻이 아닐까?

마루 : 그 이야기가 진짜인가요?

스승 : 나도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데 중요한 것은 그렇게 뻐꾸기 엄마와 자식은 눈을 맞추고, 때가 되면 엄마와 자식은 둥지를 훨훨 날아가 버린다는구나.

11. 뻐꾸기 부모 같은 사람

마루 : 자식은 키워봤자 남이네요.

스승 : 너무 흥분하지 말고 사실은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어!

마루 : 그게 뭔가요?

스승 : 뻐꾸기 부모처럼 다른 둥지에 알을 놓은 사실을 그 어미가 안다면 얼마나 얄밉겠니?

마루 : 알면 화나죠! 사람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요? 새니까 그렇게 했겠지만요.

스승 : 말 잘했다. 사람이 그러면 얼마나 얄미울까?

마루 : 그런 사람이면 아예 담을 쌓고 안 보죠!

 

 

스승 : 그런데 그렇게 하는 사람이 네 부모라도 안 보고 살 수 있겠니?

마루 : 곤란한 질문을 하시네요. 부모가 그런 짓을 하면 안 볼 수 있다면 안 보고 싶겠지만 안 보고 살 수가 없겠죠.

스승 : 그렇지, 아마도 거부할 수 없을 거야!

마루 : 그런데 부모가 왜 그런 짓을 해요?

스승 : 부모도 모르는 사이에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알을 낳듯이 젊은 날 자신의 이루지 못해서 한이 되어버린 꿈을 자식의 꿈의 둥지에 자신의 꿈의 알을 살짝 놓아두고 강요를 하기도 하니까.

 

 

마루 : 저희 어머니도 제가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다거나 우리 집에 교수가 한 명쯤 나왔으면 좋겠다며 이것저것을 은근히 강요하던데 그게 뻐꾸기 부모와 같은 행위인가요?

스승 : 자식이 원하고, 하고 싶은 꿈을 지원해주는 부모가 있는 반면에 자신의 못 다한 꿈을 대신 이루어주기를 바라는 뻐꾸기 부모도 더러 있기는 하지.

 

 

마루 : 부모의 꿈을 대신 이루어주면 자식이 과연 행복할까요?

스승 : 부모의 꿈과 자식의 꿈이 같으면 행복하겠지만 부모의 꿈만 이루고, 자식의 꿈을 접으면 부모는 행복하지만 자식은 불행한 인생을 살게 된단다. 부모하고 너무 안 맞으면 결국은 나중에 부모하고 등을 돌리는 경우도 있고 말이야.

마루 : 부모는 왜 저희의 꿈의 둥지에 기대려고 할까요?

스승 : 자신들이 못 다한 한 때문에 그렇겠지.

 

 

마루 : 그러면 부모의 꿈과 저의 꿈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고 옳을까요?

스승 : 너의 꿈을 선택하는 것이 나중에는 좋단다. 결국은 부모도 좋아하게 되어있고 말이야.

마루 : 그것은 또 왜 그런 거죠?

스승 : 부모의 행복은 자식의 행복이 될 수는 없어도 자식의 행복은 결국은 부모의 행복이 될 수 있단다. 그게 부모란다.

출처-  의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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