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스승의 격려 속에서 ‘마루’는 더욱더 열심히 계속 연구를 했다. 그러나 그러한 내막을 알 길이 없는 사람들은 사람들과의 대인관계마저 등한시하는 마루를 보며 걱정이었다. 보다 못한 ‘누리’가 스승님에게 찾아갔다.

 

누리 : 드디어 마루가 미쳤어요!

스승 : 왜 그렇다고 생각을 하니?

누리 : 밖에 나오지 않고 연구에만 매달려요! 그렇게 좋아하던 술자리에도 안 가요!

스승 : 술을 끊은 것은 오히려 잘한 것 같은데 그 정도니?

누리 : 네! 미치지 않고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스승 : 한 번 가봐야겠구나!

 

마루 본인도 자나 깨나 연구에만 전념하는 자신이 점점 연구에 미쳐가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이 오히려 걱정되기까지 했다. 그런 와중에 스승님의 방문은 그에게 반가운 일이었다.

 

마루 : 스승님, 어서 오세요!

스승 : 사람들이 자네를 약간 안 좋게 보던데 내가 보기에는 상태가 괜찮은 것 같은데 말이야.

마루 : 술 모임에 안 간 것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스승 : 그렇게 즐겨하고 좋아하던 술 모임에도 안 가고, 그래도 괜찮겠나?

마루 : 좋아하는 것이 바뀐 것 같아요.

스승 : 지금하고 있는 연구가 그렇게 좋은가?

마루 : 너무 재미있어요!

스승 :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재미있어 보이지는 않는 것 같은데.

 

 

마루 : 저한테만 재미있고 좋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저더러 미쳤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스승 : 그렇다고 하더군. 자네가 생각하기에는 자네가 미쳤다는 생각이 드는가?

마루 : 혹시 대화를 하는데 이상하게 느껴지십니까?

스승 : 아니, 전혀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어. 오히려 신선한 자극을 주는 것 같아서 정신적으로는 더 편안하군.

마루 : 온전한 상태인데 솔직히 연구를 하는 데에 있어서는 미쳐가고 있는 것 같아요.

스승 : 연구에만 미쳐있다면 오히려 더 좋은 것이 아닌가?

마루 : 대인관계도 다 깨어지는 것 같아서요.

 

 

스승 : 아니지, 헌 대인관계는 정리되고 새로운 대인관계는 다시 만들어지는 것이라네.

마루 : 그런가요?

스승 : 그동안의 술 모임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자리였어. 이제는 안 가도 지장이 없어.

마루 : 오히려 지금 술자리에 가면 사람들이 저더러 미쳤다고 함부로 지껄이고, 부담되어서 어울리기 싫어요.

스승 : 이제는 자네가 좋아하는 일에 신선한 자극과 기분 좋은 자극을 주는 자리를 찾게 될 거네. 술자리는 자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지.

마루 : 그럼 스승님, 저는 미치지 않았죠?

스승 : 아니, 미쳤네!

마루 : 아, 네?

스승 : 축하하네! 자네가 좋은 쪽으로 미친 것을 축하하네.

마루 : 스승님, 놀랐잖아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스승님마저 저를 미쳤다고 하시는 소리에 순간 절망했습니다.

스승 : 미쳤다고 해서 절대 놀라지 말게나.

마루 : 미쳤다고 하는데 어떻게 안 놀랄 수 있나요?

스승 : 사람들은 모두가 미쳤다네.

마루 : 그것은 또 무슨 말씀입니까? 모두가 미쳤다니요?

 

 

스승 : 말 그대로네! 모두가 미쳐있다네. 술에 미쳐있고, 담배에 미쳐있고, 자식에 미쳐있고, 돈에 미쳐있고, 일에 미쳐있고, 사랑에 미쳐있고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미쳐있지! 단지 많은 사람들이 미쳐있는 것은 자기들끼리 정상으로 봐주고 있는 것이라네. 사랑, 술, 자식 등에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미쳐있는 것은 미쳤다는 표현을 쓰지 않고 취미라는 표현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거라네.

마루 : 듣고 보니 그럴 듯하네요.

스승 : 미쳤다는 표현보다는 취미, 중독, 즐김, 사랑 등으로 대신 표현들을 하지.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미쳐있는 것 이외에 이제 새로 시작하는 것이나 잘 알려지지 않고, 대중화되지 않는 것은 이단으로 취급하듯이 미쳤다고 표현을 하지! 자네가 지금 그런 경우이고 말이야.

 

 

마루 : 아, 저는 다른 사람들이 보면 영락없는 미친 사람이 맞겠군요?

스승 : 그러나 너무 걱정은 말게!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가 없다네.

마루 : 그것은 또 무슨 말씀이신지?

스승 : 세상에 모든 위대한 위인들이 처음부터 위대했을까?

마루 : 그것은 저도 잘 …….

스승 : 처음에는 시대를 앞서간 행위나 연구가 그 시대 사람들이 보기에는 영락없이 미친 짓이었다네.

마루 : 그럴 수도 있겠네요.

스승 : 지금 이 시대에서는 위인이라고 시대를 앞서간 사람들이라고 말을 하지만 그 시대에는 시대를 앞서간 사람은 미친 사람들이었지. 위인들은 다들 시대를 앞서갔으니 당연히 미친 사람들이고, 지금에서야 그분들의 업적이 재조명되면서 위인으로 추앙되고 받들어지는 거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분들이 행동들이지!

마루 : 행동들이 어떠했길래요?

스승 : 그들은 무언가에 미쳐있었지.

 

 

마루 :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이신지?

스승 : 과학자들은 연구에 미쳐있었고, 정치인들은 정치에 미쳐있었고, 작가들은 글에 미쳐있었고, 예술가들은 작품에 미쳐있었지.

마루 : 좋은 쪽으로 미쳐가고 있는 거군요.

스승 : 우리는 영감이 떠오를 때만 작품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고작 작품을 그리는 시간은 몇 시간 며칠이 걸리지만 사실 그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그들은 몇 달, 몇 년을 계속해서 고심하고 영감을 얻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마음속에 안테나를 계속해서 세우고, 주파수를 맞추고 있었지! 화장실에서도, 밥 먹을 때도,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샤워를 할 때도, 걸을 때도, 움직일 때도 문득문득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하는 오직 그 생각을 해서 하나의 결과물을 얻게 되는 거지.

 

마루 : 영감을 얻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군요.

스승 : 무엇인가에 미쳐있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네. 다른 말로 바꾸면 미치지 않으면 무엇을 얻지 못하지. 결국 미치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일세.

출처-  의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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