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언젠가는 쓰일 거야!

 

사람들이 쓸데없다고 버린 모든 고물을 다 수집하는 ‘마루’는 철학이 있었다.

 

마루 : 언제인가는 다시 다 쓰일 날이 올 거야! 두고 봐!

 

그런 마루의 철학과는 상관없이 사람들은 마루의 집을 보고는 귀신이 나올 것 같다고 수군댔다. 이를 들은 ‘누리’는 스승님께 말했다.

 

누리 : 스승님, 마루의 집이 완전히 고물상이 되었습니다.

스승 : 고물상이라도 하려고 그런가 보지.

누리 : 그런 것은 아니고, 하나하나 모으다가 고물상이 되었습니다.

스승 : 고물상으로 대박나려고 그러나 보지.

누리 : 아무튼 지금은 발 디딜 틈도 없이, 잠 잘 공간도 없이 쓰레기들도 가득 차 있습니다.

스승 : 으음, 내 한 번 마루한테 가봐야겠다.

 

스승은 멀리서도 마루의 집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스승 : 마루, 자네 있는가?

마루 : 아이고, 스승님! 여기는 어쩐 일로?

스승 : 지나가는 길에 들렀네.

마루 : 누추하지만 안으로 드시지요.

마루는 안으로 초대하기도 그랬고, 그렇다고 아무런 대접을 하지도 않은 채 그냥 스승님을 보내기에도 난감했기에 하는 수 없이 집 안으로 모셨다.

마루 : 스승님, 많이 누추하지만 그래도 안으로 들어가시죠.

스승 : 어디를 밟아야 하는지 …….

마루 : 저를 따라 오십시오.

 

그렇게 해서 방으로 초대를 했는데 쓰레기더미 속에서 차 한 잔이 다였다.

 

스승 : 왜 이러고 사는가? 자네한테는 이게 다 무엇이라고 생각을 하는가?

마루 : 저한테는 보물입니다.

스승 : 고물이 아니고 보물이라고?

마루 : 언제인가는 쓰일 보물일 테니까요.

스승 : 그러면 언제 출하를 하는가?

마루 : 그게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스승 : 죽기 전에는 쓰이겠지?

마루 : 하하하! 아마도 그렇게 되겠죠.

 

 

스승 : 내가 보기에는 그 언제인가라는 시기를 내일로 잡지 그러나.

마루 : 그것은 또 무슨 말입니까?

스승 : 그 언제인가 쓰일 날을 좀 빨리 서두르세.

마루 : 그런데 왜 내일입니까?

스승 : 왜? 내일 따로 일정이 잡혀있는가?

마루 : 그건 아니지만 아직 마음의 준비도 못했고, 아직 때가 아닌 듯한데요.

스승 : 아마도 그 언제인가는 자네 마음속에서 이미 때를 놓친 것 같네.

마루 : 그것은 또 무슨 말씀이신지요?

스승 : 고물을 주울 때 기분은 좋겠지?

마루 : 그럼요, 그 기분으로 줍는데요!

 

 

스승 : 그 고물을 볼 때마다 즐거운가?

마루 : 그건 …….

스승 : 왜 말을 못하지? 볼 때마다 즐거운가?

마루 : 사실, 즐거움은 줍는 그때뿐이죠?

스승 : 볼 때마다 감상하면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지금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이것들은 더 이상 보물이 아니라 고물이지!

 

마루는 할 말이 없었다. 줍는 기분만 느꼈지 방치하고 쌓여있는 물건들에 대해서 그다지 기쁨을 느낀 기억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루 : 문득문득 저도 ‘이 쓰레기들은 다 뭐지?’라고 생각을 해봅니다.

스승 : 치울까라는 생각은 안 해봤나?

마루 : 그런 생각도 해봤는데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나더군요.

스승 : 그리고는 혹여 이런 위안을 삼지는 않았는가?

마루 : 무슨 위안이요?

스승 : 언제인가는 다 쓰일 거라는 위안 말일세.

마루 : 바로 그게 제 생각입니다.

스승 : 자네가 혼자 치우기에는 너무 집착으로 똘똘 쌓여서 한 번 치우다가 이내 포기를 할 것이네.

마루 : 네, 몇 번 치우려고 했다가 또 이내 포기를 했습니다.

 

스승 : 그 언제인가는 정확하게 언제인가?

마루 : 정확하게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스승 : 그렇다면 자네가 기대하는 그 언제인가는 절대 오지 않을 걸세. 내가 보기에 그 언제인가는 바로 오늘일세!

마루 : 그것은 또 무슨 말씀이신지?

스승 : 언제인가는 먼 미래이고, 막연하지! 그리고는 그렇게 멀리 날을 잡으면서 희망을 꿈꾸기도 하지. 그러나 나는 그 막연한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날은 바로 오늘이라고 생각을 하네. 오늘이 없다면 내일도 없지 않은가?

 

스승과 마루가 이렇게 말을 하고 있는데도 집 안에서 악취와 함께 안방에서 뭔가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급히 가보니 쌓아두었던 물건들이 쏟아져서 마루가 잘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을 덮쳤던 것이다.

 

스승 : 하마터면 고물에 깔려 죽었을 수도 있었겠군! 여기에 자네가 깔렸다고 생각하면 어떤가?

마루는 한 번도 자신이 쌓아둔 보물이 자신에게 해를 끼치며 덮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한편 스승은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다.

‘언제인가는 쓰이지 않는 물건들이 또 있을까?’

‘내 집 안에서 고물로 묵혀두는 것보다는 지금 팔면 더 좋은 물건으로 재활용되어 쓰일 수 있지 않을까?’

‘내 집 안에 방치하면 쓰레기고, 재활용하면 보물일 텐데 왜 그런 집착들로 자신을 가두는 것일까?’

‘언제인가는 또 언제인가? 그 언제인가를 결정하는 시간들은 바로 오늘이 아닐까?’

‘오늘이 없다면 그 언제인가는 정말 언제일까?’

‘막연한 환상을 갖지 말고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오늘 해야 하지 않을까?’

‘오늘 할 일을 다 하지 않으면 언제인가 올 그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야!’

출처-  의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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