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두 욕쟁이 할머니
시골 장터에서 손님들이 북적거리는 한 음식점을 보고 욕쟁이 할머니 ‘화자’는 그 원인을 분석했다.
화자 : 이 집은 늘 손님이 많아! 그렇다고 친절하지도 않은데 말이야!
그러다가 손님하고 주인할머니하고 실랑이가 오갔다.
손님 : 할머니, 뭘 이렇게 많이 줘요? 배 터지겠어요?
주인 : 많이 줘도 지랄이야! 그냥 처먹어!
손님 : 하하하! 할머니, 알았어요.
주인 : 여기 할머니가 어디 있다고 지랄이야!
손님 : 하하하! 네, 이모!
화자 : 욕을 먹어도 좋아하는구나! 욕을 저런 식으로 써먹어서 대박난다는 말이지! 욕도 나보다 잘하지도 못하는데 사람들은 아예 콩나물시루처럼 미어터지는구나. 나도 욕을 하면서 스트레스 풀면서 장사하고, 돈은 돈대로 긁어모으고 일석이조지, 뭐!
그렇게 생각을 하고 나서 장터에서 음식 장사를 시작했다. 간판도 ‘욕쟁이 할머니’라고 크게 붙였다. 그리고는 어느 날 손님하고 실랑이가 붙었다.
손님 : 왜 이렇게 맛이 없어요?
화자 : 지랄하고 자빠졌네! 배속에 들어가면 다 그 맛이 그 맛이제! 배때기가 불러서 그런 거지 그냥 처먹어!
손님 : 할머니, 손가락을 물에 담그고 가져오면 어떻게 해요?
화자 : 너도 늙어봐! 그럴 수도 있지! 육수가 우러나서 맛있어! 맛없으면 말해! 한 그릇 더 주게!
그렇게 첫날은 대박이 났다.
화자 : 욕하면서 돈 벌기는 처음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맛깔스럽게 욕을 구사할지 연구를 해야겠어.
그렇게 해서 욕을 맛깔스럽게 구사했다.
손님 : 할머니, 여기 물 좀 주세요!
화자 : 너는 손이 없어, 발이 없어! 네가 갖다 처먹어!
손님 : 할머니, 참 재미있으시네요.
욕쟁이 할머니 화자는 속으로 통쾌해했다.
화자 : 욕먹으려고 줄을 섰네! 줄을 섰어!
하지만 한 달쯤 되자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욕을 하면서 욕에 날이 서있어서 아무나 보고 싸움닭처럼 먼저 시비를 걸기도 했다. 어느 날은 단체로 사람들이 몰려오자 기분이 좋았는지 욕이 저절로 나왔다.
화자 : 눈 깔아! 죽고 싶어!
손님 : 그래, 죽고 싶다! 어디 죽여 봐! 야, 여기 박살내!
그들은 이 동네 건달들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식당이 박살나고서 할머니는 억울해서 건달에게 물어보았다.
화자 : 왜 우리 집만 이렇게 하는 거야? 다른 곳에도 욕쟁이 할머니는 있는데!
건달 : 이곳은 맛은 없고, 욕만 잘해!
화자 : 욕쟁이 할머니 식당이 다 그런 거지! 가뜩이나 파리 날리는데 왜 우리 집을 부수고 난리야!
건달 : 다른 곳은 음식맛이 좋아서 난동을 부리려고 해도 손님들이 할머니 편을 들어서 그럴 수도 없어! 그런데 이곳은 음식점의 기본인 맛도 없고, 욕만 잔득 하는데 손님들이 올 리가 있나!
그제서야 욕쟁이 할머니는 깨달았다. 욕쟁이 할머니의 맛은 음식에서 오는 정이지 욕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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