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행복은 어떤 때 느끼죠?
‘마루’는 노인의 집에서 자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마루 : 행복은 느끼는 거라는데 어떨 때 행복을 느끼지? 밭을 맬 때? 뭐 할 때 행복을 느끼는 거지? 내일 꼭 물어봐야지!
그렇게 밤을 뒤척였다.
노인 : 잘 잤나?
마루 : 아뇨, 한숨도 못 잤어요.
노인 : 왜?
마루 : 행복은 느끼는 거라고 하는데 도대체 뭘 어떻게 느끼라고 하는 건지 밤새 궁리했습니다.
노인 : 그래서 잠을 못 잤다고? 내가 행복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행복이 무엇이라고 딱히 단정을 지을 수는 없다네.
마루 : (얼굴에 살짝 실망의 빛이 돌면서) 할아버지가 행복하다는 것을 안 이상 가만히 지켜보면 무언가 하나라도 얻겠죠.
노인 : 그러면 다행이고! 하나라도 못 건져도 나는 책임 없다네.
그렇게 마루는 그 노인에게 집요하리만치 귀찮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마루 : 할아버지, 어떤 때 가장 행복하세요?
노인 : 나는 대부분 좋아.
마루 : 행복한 게 너무 많으시군요. 그러면 밭을 맬 때는 왜 행복하세요?
노인 : 내가 좋아하는 거니까.
마루 : 그러면 왜 좋아하세요?
노인 : 어릴 때 부모님하고 함께했던 추억도 있고, 나를 돌아보게 되기도 해.
마루 : 그럼, 추억 때문에 추억을 곱씹어볼 수 있어서 행복한가요?
노인 : 추억의 일부분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기는 하지. 그런데 그게 다는 아닌 것 같아.
마루 : 그럼, 아까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는 것은 또 뭐죠? 저는 일기를 쓰는데 그때 제 자신을 많이 돌아보거든요.
노인 : 나는 일기는 안 쓰는데 밭에서 일을 할 때 집중도 잘 되고, 이런저런 생각도 하면서 나의 하루의 고민을 말끔하게 정리하도록 만들어준다네.
마루 : 그럼, 마음을 돌아보고 고민 정리를 해서 행복한가요?
노인 : 마음을 점검하는 게 행복한 건가? 그렇다면 나는 행복한 편일세.
마루 : 저도 일기를 쓸 때 나름대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어요.
노인 : 그럼 자네도 행복한 것 아닌가?
마루 : 저는 그런 것을 가지고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노인 : 나는 사소한 것을 가지고 행복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마루 : 혹시 사소한 것을 가지고 행복하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가요?
노인 : 모르지! 나는 행복하고 좋은데 어떤 사람은 전혀 안 행복하다고 하니까 저마다의 행복은 다른 거겠지.
마루 : 행복하다고 스스로 믿으면 행복할까요? 스스로 행복하다고 우기면 행복할까요?
노인 : 아마도 그럴 것 같아! 나는 행복하다고 생각을 하니까 행복해! 그러나 진실로 행복하다고 생각을 해야지 행복하지, 가짜로 행복하다고 생각을 하면 그것은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네.
마루 : 모두가 행복하다고 말을 해도 자신이 행복하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는 거고, 모두가 불행하다고 해도 자신이 행복하면 행복한 거네요?
노인 :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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