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진심과 거짓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에 갔는데 두 작가 ‘승민’과 ‘승리’가 함께 있었다. 공동 발표를 했던 것이다. 모두가 축하인사를 했다.

 

사람들 : 축하합니다. 발표회를 갖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두 작가는 다 만나는 사람의 축하인사에 ‘별 말씀을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라고 답례인사를 하고 발표회를 마쳤다. 그리고 3년 뒤, 승민은 발표회를 또다시 성대히 열었고, 함께했던 승리는 발표회를 갖지 않았다. 이쯤 되자 3년 전에 함께 발표회를 가졌던 그때가 생각나서 사람들끼리 웅성대다가 한 관객이 물었다.

관객 : 전에 함께했던 그 작가는 언제 발표회를 가지나요?

승민 : 글쎄요, 저도 잘은 모르겠네요.

 

관객 : 아무튼 전에 비해서 더 많이 발전을 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승민 :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좋은 마음으로 계속 지켜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관객은 전에 발표회를 했던 작가에 대한 궁금증을 삭히지 못하고 수소문 끝에 작가인 승리를 기어이 찾고야 말았다. 승리는 술에 취해있었고, 작업실도 엉망이었다. 작품도 예전과 비교해서 전혀 발전이 없었다. 그는 새삼 두 사람의 작품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면서 두 작가의 차이를 비교해보고는 생각했다.

 

관객 : 둘 다 많이 부족하다고 겸손해하더니 한 사람은 진실로 부족함을 느끼면서 했던 칭찬에 대한 답례라서 갈증을 해소하려고 갖은 노력을 한 반면에, 또 한 사람은 진실로 부족함으로 느낀 것이 아니라 단순히 겸손한 인사치레로 그랬던 것이로군. 사람의 미래란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지만 그 순간 어떤 마음을 먹었는지에 따라 미래의 희비가 확연히 엇갈리는구나.

출처-  의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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