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유명한 점쟁이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점쟁이가 있었다. 그는 방의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그 사람이 무슨 일로 왔는지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을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하면 다들 한마디씩 했다.

 

점쟁이 : 당신은 보기보다 성질이 있어요. 당신은 그 성격이 문제입니다. 성격 문제로 오셨죠?

사람들 : 어떻게 아셨어요?

 

물론 아닌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들 : 성격 문제 때문에 온 것이 아닌데요.

점쟁이 : 내 그럴 줄 알았습니다. 당신이 예사로운 분은 아니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러면 보통은 자신을 알아봐준 것에 감사를 하면서 ‘어떻게 아셨죠?’라고 감탄을 쏟아냈다. 그 점쟁이가 자주 쓰는 말들은 이러했다.

 

“화를 잘 안 내는데 한 번씩 성질이 나면 무섭겠군요?”

“집에 우환이 있군요?”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군요?”

“요즈음 굉장한 고민이 있군요?”

“열심히 살려고 하는데 세상이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군요?”

“요즈음 하는 일이 잘 안 되는군요?”

 

사람을 보자마자 이런 말을 하고 나면 사람들은 족집게 또는 용하다는 생각에서 이것저것 다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렇게 용한 점쟁이도 자신이 죽을 날이 다가왔지만 피해갈 수는 없었다. 스승이 죽을 때가 되자 제자에게 비결을 가르쳐주기로 했다. 그런데 그 제자가 좀 모자란 사람이었다.

 

스승 : 나한테 궁금한 것이 있거든 다 물어보아라!

제자 : 사람을 척 보고는 ‘당신은 보기보다 성질이 있어요.’라고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죠?

스승 : 성질 없는 사람도 있나? 다 가지고 있는 성질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제자 : 아! 다음 질문이요. ‘화를 잘 안 내는데 한 번씩 성질이 나면 무섭겠군요.’라고 말을 했는데 어떻게 그리 잘 아시죠?

 

스승 : 성질내면 똥개도 무섭고, 어린아이도 무섭지! 안 무서운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제자 : 그렇겠군요! 그럼 ‘집에 우환이 있군요?’라고 말을 하던데 그 사람의 집안에 우환이 있는지 어떻게 그리 잘 아세요?

스승 : 집에 우환 없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바꾸어 말하면 우환 없는 집은 없다는 거지. 그러니까 이곳에 왔겠지.

제자 : 그게 그런 말이군요!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는지는 어떻게 아셨죠? 정말 대단하세요!

스승 : 물파스를 발라도 아픈 것은 맞잖아? 부모들이 나이 들면 당연히 다 아프고 말이야.

 

 

제자 : 그게 그런 말이군요! ‘요즈음 굉장한 고민이 있군요?’라고 말했을 때 저는 깜짝 놀랐어요. 상대방이 고민 있다는 것을 다 아시는 것을 보고요.

스승 : 고민 없으면 여기에 돈 써가면서 오겠어! 세상에 고민 없는 사람은 또 어디 있어!

그렇게 모자란 제자는 조목조목 적으면서 평소에 궁금했었던 것들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질문했다.

제자 : 열심히 살려고 하는데 세상이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말로 어떻게 상대방의 의중을 꿰뚫어볼 수가 있는 거죠?

스승 : 알기는 뭘 알아? 그냥 열심히 산다고 하면 다들 좋아하면서 자신의 고민을 술술 불게 되어있어.

 

 

제자 : 그게 그렇게 되는 건가요? ‘요즈음 하는 일이 잘 안 되는군요?’라고 말을 했는데 그 사람이 하는 일이 잘 안 되는 것까지 어떻게 그리 잘 아세요?

스승 : 잘 되면 돈 써가면서 여기에 왜 오겠어! 당연한 걸 가지고 사람들은 족집게래!

제자 : 아, 그렇군요! 그동안 제가 궁금했던 것을 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승 : 그리고 한 가지 더! 사람들은 내가 족집게라서 여기에 오는 것이 아니란다.

 

 

제자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족집게라서 유명해서 오는 것이 아니면 다른 비결이라도 있으세요?

스승 : 사람들의 말만 잘 들어주면 돼!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너도 나도 하소연하려고 오는 사람들이라서 경청만 잘하면 족집게라고 소문이 금방 난단다. 나의 대박의 비결은 점괘가 아니라 바로 경청이지.

제자 : 경청이라니요? 사람들은 점괘를 듣고 싶어서 오는 것이 아닌가요?

스승 : 내가 말할 수 있는 기회는 안 주고 사람들은 자신의 속마음에 있는 고민을 여기서 다 털어놓으면 나의 점괘보다는 그것으로 흡족해들 한단다. 이곳에서 하는 고민은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이 많이 있으니까 경청을 잘하면 또 찾아오고 말이지.

 

출처-  의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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