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얼굴미인과 성격미인
자신의 얼굴이 빼어나게 예쁜 여자인 ‘수나’와 얼굴은 못생겼지만 성격이 좋아서 함께 어울리는 ‘정인’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평소에 수나는 정인에게 거침없이 독설을 쏟아냈다.
수나 : 너는 그것도 얼굴이라고 달고 다니니? 내 앞에서 잠시 치워줘!
정인 : (그 말에도 웃으며) 응!
수나 : 너는 비위도 좋다. 그런 말에도 웃고! 하기는 얼굴이 그러면 성격이라도 좋아야지.
수나는 거침없는 독설을 쏟아내었지만 이렇게 정인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었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수나는 주변에 있던 모든 친구들이 자신의 거침없는 말투에 질려버려서 하나같이 다들 떠나버렸다. 그리고 어느 날, 정인과 수나는 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아름답던 수나는 얼굴에 주름이 생겼고, 정인도 주름이 생겼다. 하지만 수나의 주름은 날카로운 인상의 주름이라서 사람들이 인상을 봤을 때 슬슬 피하고 싶은 인상이었고, 정인의 눈가의 주름은 온화하고 자애로운 표정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수나 : (반가운 마음에) 오랜만이다! 그동안 잘 지냈니?
정인 : 응, 그래! 너도 잘 지내지?
수나 : 결혼은?
정인 : 응, 했지! 너는?
수나 : 했는데 그게 오래 가지는 못했어. 너는 결혼생활 잘하고 있지?
정인 : 그랬구나! 응, 나야 그렇지 뭐.
수나 : 너의 남편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그때 마침 정인의 남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런데 휴대폰에 남편의 얼굴 사진이 저장되어 있었다.
수나 : 네 남편 잘생겼다!
정인 : 내가 생각해도 좀 그래.
수나 : 어떻게 이런 좋은 남편을 만났니? 대단해!
정인 : 사실은 네 덕분이기도 해.
수나 : (자신의 덕분이라는 말에 의아해하며) 그게 무슨 말이야? 내 덕분이라니?
정인 : 예전에 네 성격과 비위를 맞추다보니 세상에 비위 못 맞출 사람도 없겠더라.
수나 : 하긴 …… 내 성격이 좀 지랄 같지, 뭐!
정인 : 좀이 아니라 많이 그렇지!
수나 : 얘는! 그렇다고 많이까지는 좀 아닌 것 같은데?
정인 : 결혼 전에 남편은 자신의 얼굴에 자신이 있었던지 세상에서 자신보다 더 예쁜 여자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하더라고.
수나 : 그럼, 나 좀 소개시켜주지 그랬어!
정인 : 남편은 나의 얼굴보다는 마음을 더 보았었던 거야! 남편도 성질이 좀 고약하거든.
수나 : 네 팔자도 참 고약한 사람만 만나네.
정인 : 너에 성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서 그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받아주다보니 나한테 호감을 가지게 되었던 거였어.
수나 : 어떤 호감 말이니?
정인 : 자신의 더러운 성질을 받아들이는 여자는 나밖에 없다고 말을 하더군! 그러면서 나 같은 여자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결혼하자고 했어. 이제는 칼자루를 내가 쥐고 있지!
수나 : 좋겠다, 부럽다!
정인 : 다 네 덕이야!
수나 : 그런데 우리 다시 예전처럼 만나면 안 될까?
정인 : 아니, 이제는 그럴 수 없어! 가정도 있고, 남편도 있어서 좀 그래.
수나 : 네가 한가한 시간에 만나서 대화나 하면 되지, 뭐!
정인 : 이제는 내가 그러기 싫어.
수나 : 나한테 맺힌 것이 많은가보네.
정인 : 다시 과거로 돌아가라면 다시는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수나 : 왜?
정인 : 너한테 못생겼다는 소리를 하도 듣고는 성격이라도 좋아야겠다는 생각에 칼을 갈았었어. 나는 대인관계라도 좋아지려고 무지 노력을 했었지. 그래서 너하고 어울리다 떠난 친구들하고는 아직도 잘 지내고 있어.
수나 : (반가운 마음에) 그래? 나도 지금 그 친구들 만날 수 있을까? 갑자기 추억도 생각난다.
정인 : 그 친구들이 너를 안 보려고 해.
수나 : 이제 다 지난 일인데, 뭐! 가볍게 만나면 되지, 안 그래?
정인 : 너한테는 가벼운지 몰라도 그 친구들한테는 아직도 상처로 남아있단다.
수나 : 내가 그 정도였니?
정인 : 왜 오랫동안 내가 너 주변에 있었는지 모르지? 사실 네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궁금해서 그랬었던 거야!
수나 :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왜 무너져!
정인 : 예전에 얼굴만 예쁘고 성질이 안 좋은 사람은 어떻게 되는지 관찰하는 게 너하고 어울리는 유일한 이유였었거든.
수나 : 그래서 결과는?
정인 : 너도 알다시피 친구들은 하나둘씩 모두 떠났고, 너는 항상 외로움의 연속이었어.
수나 : 그래서는 너는 고소하고 기뻤니?
정인 : 그런 것보다 나는 저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지.
수나 : 저렇게 사는 것이 어떤 건데? 이건 따지는 것이 아니라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정인 : 얼굴만 예쁘고, 거침없이 말을 하고, 배려하는 매너가 없으면 주변의 친구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고 다들 떠나간다는 진실을 나는 보아서 알았지. 한편 마음의 상처를 입은 친구들을 위로하고 다독여주다보니 지금의 나는 친구 부자가 되었고, 너는 친구 가난에 허덕이고 있는 거고.
수나 : 그래, 사실이야! 나는 지금 많이 외로워!
정인 : 네가 만든 외로움의 늪인데 네가 다시 그 구덩이를 메워나갈 수도 있단다.
수나 : 그럼, 네가 좀 도와주면 안 되겠니?
정인 : 네 덕분에 내 성격이 원만해진 것은 고마운데 다시 그때로 돌아가라고 하면 나는 정말 자신이 없어. 미안해!
수나는 늘 외로움 때문에 고통스러워했는데 그 외로움이 자신의 성격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것을 정인과의 대화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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