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많이 하는 사람 vs 들어주는 사람

 

강연을 무척 잘하는 ‘마루’라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을 자신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 몰입하게 만들고 재미있게 폭풍강의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늘 바빴다. 그는 강연을 무척 잘해서 몇 백 명의 대중 앞에서 하는 강연이 아니면 평상시에 말을 하는 것을 극도로 아끼고 말을 삼갔다. 수백 명 앞에서 말을 하다가 한 사람하고 이야기를 하면 왠지 성이 안 찬다고 생각하며 자만 아닌 자만을 했던 것이다. 어느 날 그는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말을 잘하는지 알았는데 세상에서 말을 제일 잘하는 노인이 있다는 주변 사람들의 소문을 듣고 발끈했다. 이쯤 되자 호기심이 발동해서 그 노인을 수소문해서 찾아가봤다.

 

마루 : 웃기고들 있어! 나보다 더 말을 잘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어! 어디 얼마나 말을 잘하는지 지켜보겠어!

 

막상 노인을 찾아가보니 다른 사람의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수백 명 앞에서 폭풍강의를 하는 마루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마루 : 저렇게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데 말을 잘한다고 사람들이 말을 하다니, 다 거짓이야! 내가 괜한 헛소문에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허참!

 

그때 노인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상대방 사람이 일어나면서 정중히 인사를 했다.

 

사람 : 어쩌면 그렇게 말씀을 잘하시는지 정말 감사합니다.

노인 : 별말씀을요. 저보다 더 말씀을 잘하시는데요, 뭘! 저는 잠자코 듣기만 했습니다.

 

그 상황이 도무지 마루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루 : 내가 보기에도 잠자코 듣기만 했는데 말을 잘한다니 이것들이 어디서 짜고 치는 개수작이야! 분명 사기를 치는 거야! 아무래도 노인이 무슨 사기를 치는지 물어봐야겠어!

 

마루는 그 노인에게 말을 건넸다.

 

마루 : 사람들은 왜 별로 말을 하지 않는 당신에게 말을 잘한다고 할까요?

노인 : 글쎄요 ……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말은 제 앞에 있는 사람들이 다 하고는 나중에 인사할 때는 저한테는 말을 잘한다고들 인사하고 가더군요.

마루 : 수백 명 앞에서 울렸다 웃겼다, 쥐락펴락 하는 나도 말을 잘한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는데 어떻게 가만히 듣기만 하는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말을 잘한다는 그런 최고의 찬사를 들을 수 있다니 나는 인정하지 못하겠소!

노인 : 당신은 분명히 저보다 대중 앞에서 말을 잘하오. 그러나 그것은 강연일 뿐이지 실생활에서는 말을 잘한다는 것이 경청을 잘하는 것을 더 말을 잘한다고들 하죠.

 

마루 : 그럼, 강연과 말을 잘하는 것은 무슨 차이가 있소?

노인 : 강연은 대중에게 좋은 정보를 주는 거지만 대화는 상대방의 마음속 찌꺼기를 툴툴 털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그 차이라면 차이랄까요. 당신은 대중 앞에서 강연을 잘하는 것이고, 저는 개인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상대방의 고민은 찌꺼기를 쏟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일 뿐이라오. 당신이 말을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면 당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지 말고 상대방이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끌어내는 것도 말을 잘하는 사람의 역량이 아닐까 하오.

출처-  의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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