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운명은 정해지나? 개척하나?

 

한 뛰어난 점쟁이가 큰아들과 작은아들의 사주를 보았다. 모든 사람들의 사주를 기가 막히게 짚어내어 신점(神占)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의 도사였다.

 

도사 : 너희 두 명의 사주는 다르다. 큰아이는 크게 될 것이고, 작은아이는 뭘 해도 안 될 것이다.

첫째 : 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크게 된다고요?

둘째 : 저는 왜 무슨 일을 해도 안 된다고 하시는 건지요?

도사 : 나는 왜 그렇게 되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단지 점괘가 나온 대로 말했을 뿐이다.

 

작은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감출 길이 없었다.

 

둘째 : 차라리 말씀을 하시지 마시지! 그렇게 말을 해서 제 인생을 망쳐놓는 것도 운명인가요?

도사 : 나를 원망하지 마라! 차라리 너의 운명을 원망해라!

 

도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작은아들의 말에 이내 후회를 했다.

 

도사 : 사주에 있는 그 아이의 운명은 그렇다고 쳐도 그 말을 내뱉는 내 입단속은 내 의지대로 할 수 있었는데 기껏 한다는 것이 아무것도 모르는 자식들에게 운명의 굴레나 짊어지게 하고! 쯧쯧, 못났어! 그 아이의 운명까지 말하고, 안 하고는 내 정해진 숙명이 아니었거늘 굳이 그렇게 말을 했어야 옳았던가?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큰아들은 자신의 운명을 믿고 전혀 노력을 하지 않았다. 차라리 자신의 운명을 모를 때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 연출되었다.

 

첫째 : 나는 아무것도 안 해도 잘 풀릴 텐데 뭘 힘들게 일을 해? 안 해도 돼!

도사 : 차라리 말을 말 것을 운명을 모를 때보다 더 방탕한 생활을 하게 만들었구나.

 

작은아들도 자신의 운명에 대항해서 싸워보지도 않고 체념하며 살았다.

 

둘째 : 난 뭘 해도 안 되는데 굳이 노력하면 뭐가 달라지나? 차라리 안 하고 말지!

 

그것을 지켜보던 아버지는 한숨밖에 안 나왔다.

 

도사 : 차라리 말하지 않았다면 두 아이의 운명은 스스로가 개척할 수도 있었을 텐데 ……. 운명은 무슨 운명! 아무것도 운명대로 되어가는 것이 없지 않은가? 이러다가는 운명 때문에 멀쩡한 두 아들의 삶을 버려놓겠다. 내가 두 아들에게 사과를 해야겠다.

 

두 아들을 불러놓고 아버지는 이렇게 말을 했다.

 

도사 : 미안하다. 사실은 내가 운명을 빙자해서 거짓말을 했단다. 작은아이의 운명과 큰아이의 운명이 바꾸고 싶어서 그렇게 말을 했다. 작은아이 너는 부지런하고 무엇을 해도 다 잘할 수 있는 너의 장점을 큰형에게 조금 나누어주었으면 했고, 큰아이는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잘 될 것 같아서 서로의 운명을 바꾸어서 이야기를 해보았단다. 그러나 나의 예상과는 달리 둘 다 인생을 망쳐놓은 것 같아서 이 아비가 미안하다.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는 없겠느냐?

 

하지만 두 아들은 아버지의 거짓말 또한 운명이었다면 자신들은 그 운명을 받아들인다며 자신들의 바뀐 삶도 운명이라고 여겼다. 결국 둘 다 원래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도사 : 차라리 말을 하지 말 것을!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도록 내버려둘 것을! 스스로 잘해나가고 있었는데 내가 운명을 빙자해서 아이들의 삶에 대한 의욕을 꺾은 거야! 남의 운명을 절대 발설하지 않는 것이 나의 운명이거늘 왜 쓸데없이 운명을 발설했던가! 운명은 아는 것이 좋은가, 차라리 모르는 것이 좋은가 항상 궁금했었는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운명은 모르는 것이 사람을 더 노력하게 만든다는 것을! 사람들은 결과를 알면 더 이상 노력할 이유와 의지를 상실하게 된다는 것을 말이야.

출처-  의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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