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준비된 자 vs 준비 안 된 자
몇 년 동안 계속된 기상이변으로 물고기떼가 마을로 찾아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모두가 그물을 손질하고 준비하면서 언제 올지 모르는 물고기떼를 맞이할 준비를 철저히 했다.
주민 : 이러다가 물고기가 찾아올지 누가 알아! 매사에 준비를 해야지, 안 그래?
긴 병에 효자 없다고 3년쯤 되자 모든 마을 주민들이 너도 나도 그물 손질을 포기했다. 그러나 유독 한 노인만은 그물 손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것을 지켜보는 마을 주민들은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거들었다.
주민 : 저는 이제 포기했어요. 언제 올지 모르는 그놈의 고기떼들 막말로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누가 알아요? 아직도 그물 짜세요? 이제 그만 포기하세요!
노인 : 늙은 내가 이거라도 안 하고 방구석에 가만히 누워있으면 시름시름 앓다가 죽기밖에 더 하겠어.
주민 : 하기는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무리하지 말고 재미로 하세요.
어떤 사람은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주민 : 미친 노인네, 벌써 저 짓만 7년째야!
주민 : 놔둬! 재미로 한다는데 무슨 수로 말려! 저거라도 안 하면 저 나이에 무슨 낙으로 살아!
주민들은 살아가는 데 지장은 없었지만 큰돈을 벌지는 못했다. 말 그대로 살아가는 데 지장 없을 정도로 근근이 먹고 살았다. 그렇게 8년째 되는 어느 날, 마을 앞 바닷가에서 물고기가 펄쩍펄쩍 뛰는 것을 눈으로 보았다.
주민 : 물고기떼다! 물고기떼야!
모두가 일제히 나와서 그물을 던졌다. 묵직하게 고기가 한가득 잡혔다. 그래서 주민들은 입에 귀가 걸릴 정도 기뻐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주민 : 살면서 이렇게 많은 고기는 내 평생 처음이야!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였다. 그물은 물고기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서 ‘투둑’ 하는 소리와 함께 터지고 말았다.
주민 : 아까운 내 고기, 어쩌면 좋아! 눈앞에 보고서도 주워 담을 수가 없네!
한 번도 손을 보지 않았던 그물은 쥐가 갉아먹어서 이미 구멍이 뚫려있었고, 오랜 세월 동안 손질을 하지 않은 터라 삭아서 모두가 터져나갔다. 모든 마을 주민들이 망연자실해 있는데 유독 한 사람만 기쁨을 만끽했다. 바로 그 노인이었다.
노인 : 어서들 와서 잡아! 몇 년 만에 물고기가 왔는데 다 도망가기 전에 어서 잡아!
주민 :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 있는 그물이 없어서 잡을 수가 없어요!
노인 : (주민들이 울상 짓는 모습을 보고) 우리 집 창고에 가면 그물이 있으니 가지고 와서 어서들 잡아!
마을은 초상집에서 다시 잔칫집으로 변했다. 마을에서 손가락질을 당하던 미친 노인네의 선견지명(先見之明)으로 앞으로 평생 먹을 양식 걱정 없이 잘 살게 되었다. 이쯤 되자 마을 주민들은 궁금증이 생겼다.
주민 : 고기가 오늘 올 거라는 것을 몇 년 전에 알고 있었나요?
노인 : 알기는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주민 : 그러면 어떻게 알고 고기를 잡았습니까?
노인 : 준비는 항상 되어있었지. 나는 고기가 오지 않는 날에도 항상 준비는 하고 있었다네.
주민 : 어르신은 운이 참 좋으시군요!
노인 : 자네는 그것을 운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을 하는데.
주민 : 그 기회가 7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잖아요?
노인 : 그렇지! 나는 그 7년 동안 계속 준비를 해왔고, 드디어 그 기회를 잡은 거지. 기회는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는 특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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