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모방하라! 원작을 뛰어넘을 생각으로

 

불과 50년도 안 된, 같은 시대에 두 사람의 뛰어난 모방꾼이 살았었다. 두 사람은 사제지간으로 제자는 항상 스승의 그림자에 가려 빛을 잃었었다.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그리는데 감탄했다며 사람들은 항상 스승을 칭찬했다. 반면에 제자는 실제와 다르게 그림을 그렸다. 비슷한 듯하면서 무언가 하나 더 추가되어 있는 그림이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모방이 아닌 새로운 창작그림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물을 바로 앞에 두고도 똑같이 못 그리다니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며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지 다름 것을 먹으면 죽는다고 사람들은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제자는 자신만의 고집이 있었던지 항상 사물과 다르게 그리려고 애를 썼다. 스승은 모방하는 것에 만족을 했지만 제자는 모방만으로 끝나는 것에 만족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스승은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었지만 제자는 사람들의 비난 속에 급기야 일거리가 끊겼다. 그렇게 제자는 10년을 전전긍긍하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갔다. 비난 속에서도 똑같이 그리는 것에 만족을 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새로운 그림을 창조해나갔던 것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프린터’라는 것이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복사기’도 나왔다. 그로 인해 스승은 더 이상 일거리를 찾기 힘들어졌다. 프린터하고 복사를 하면 되는 것을 굳이 비싼 돈을 주면서까지 모방꾼의 손을 빌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제자는 자신이 그린 모방을 뛰어넘은 작품들이 서서히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돈도 벌 수 있었다. 어느 날 그 제자는 스승을 찾아갔다.

 

 

제자 : 스승님, 잘 지내시고 계시죠?

스승 : 말도 마라! 요즈음은 복사기인지 뭔지 때문에 일거리도 없다. 너는 일거리가 있니?

제자 : 저는 그럭저럭 일거리가 좀 있는 편입니다.

스승 : 일을 그만두었는지 알았는데 여전히 계속하고 있었구나! 그만두고 싶었을 텐데 꾸준히 하니까 나름대로 먹고 살길이 열리는구나!

 

순간 울컥하는 마음이 들더니 제자가 울분을 토해내자 스승은 갑자기 그때의 심정이 궁금했다.

 

제자 : 저더러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

스승 : 그래, 그런 이야기를 나도 들었는데 너는 그때 기분이 어땠느냐?

제자 : 그런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계속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중간에 그만둘까도 생각을 했지만 속으로 나는 송충이가 아니라고 다짐을 했습니다.

스승 : (얼굴빛이 별로 안 좋아지면서) 그러면 너 자신을 무엇이라고 생각했었느냐?

제자 : 저는 송충이가 아니라 나비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저를 송충이로 짓밟는 사람에게 꼭 성공해야겠다는 다짐으로 이를 악물고 칼을 갈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오히려 그 사람들이 저를 이렇게 채찍질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스승 : 그래, 좋은 쪽으로 생각을 하니까 다행이다. 아무래도 내가 송충이였나 보구나!

제자 : (적잖게 놀라는 표정으로) 스승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스승님이 송충이라뇨?

스승 : 사람들이 너를 송충이라고 비아냥거릴 때 사실 나도 같이 웃었던 것은 알고 있느냐?

제자 : 다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니까 스승님도 분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웃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승 : (강하게 손사래를 치면서) 아니, 아니! 겉으로는 분위기 때문에 마지못해 웃었지만 속으로도 쾌재를 부르면서 웃었다. ‘그래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지 뽕잎을 먹으면 너처럼 죽는 거야!’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나는 그 거짓된 칭찬에 중독되어서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했던 거야! 너는 모방을 하면서 만족을 했느냐?

제자 : 저는 만족을 했던 적이 없습니다.

 

 

스승 : 나도 모방을 하면서 만족했던 적이 많이는 없단다. 너는 모방을 하면서 행복했느냐?

제자 :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만족을 합니다.

스승 : 그렇다면 너는 행복한 삶을 살았구나! 나는 모방을 하면서 불만을 가졌지만 마음속에서는 항상 따라쟁이라는 오명을 떨칠 수가 없었다. 나는 송충이처럼 솔잎을 먹으면서 편안하고 익숙하게 살면서 너처럼 껍질을 벗고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갈 용기가 없었던 것이지. 번데기가 되어서 숨죽이는 듯이 참아낼 자신도 없었다.

너처럼 10년 정도 버틸 수 있는 용기가 없었던 것이지. 나는 항상 어떻게 하면 더 똑같이 할 수 있을까 하는 모방만 생각을 했다. 그런데 너는 모방 말고 어떤 생각을 했느냐?

 

 

제자 : 저는 항상 원작을 뛰어넘을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더 나은 모방을 생각했습니다. 모방에서 시작을 하지만 모방으로 끝나지 않고 항상 원작을 앞서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승 : (깨달음을 얻었는지 자신의 무릎을 치면서) 그래, 바로 그것이다! 나는 모방에 만족을 해서 더 이상 발전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 이런 결과가 왔고, 너는 모방을 하면서도 모방을 뛰어넘을 생각을 했던 그 한 가닥의 생각이 너와 나의 미래를 이렇게 갈라놓았구나!

말을 마친 후 스승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출처-  의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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