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관상은 심상을 이기지 못한다

 

스님이 시주를 하러 큰 기와집에 문을 두들겼다. 목탁을 두들기고 염불을 외니 잠시 후에 누군가 나왔다. 그런데 얼굴에 복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 보이는 사람이 나와서 쌀을 건네주고 돌아서려고 하는데 옷을 보아하니 이 집에서 일을 하는 하인은 아닌 듯해서 스님이 말을 걸었다.

 

 

스님 : 보아하니 이곳에서 일하는 하인은 아닌 듯한데 혹시 주인 되시오?

주인 : 어떻게 아셨소? 모두가 하인으로 알던데.

스님 : 옷만 기품이 없었다면 저도 하인으로 알았을 것이오.

주인 : 네, 옷이 날개인 것 같습니다. 옷 아니면 저를 아무도 주인으로 보지 않지요.

스님 : 그런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

주인 : 무슨 말씀이신데 그러시오?

스님 : 그게 좀 말씀드리기가 참 민망합니다.

 

 

주인 : 피차 민망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겠소?

스님 : 그래도 실례지만 사실은 제가 관상을 30년간 공부를 했는데도 당신의 관상에 복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보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좋은 집에서 살게 되었는지 도저히 저의 상식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주인 : 내 얼굴이 그렇게 복이 눈곱만큼도 없는 것이오?

스님 : 거짓말을 원하면 제가 거짓으로 복이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관상책에는 당신의 얼굴에 복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옵니다.

 

 

주인 : 거짓말이라도 복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는데 …….

 

주인은 잠시 신세한탄 같은 푸념을 해서 스님도 괜한 말을 했나 하는 생각에 민망한 빛이 얼굴에 스치려는 순간 주인이 말했다.

 

주인 : 괜찮습니다. 하도 복이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요.

스님 : 저 말고도 그런 소리를 많이들 하는군요.

주인 :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자주 들었습니다.

스님 : 그러면 복이 없는데도 왜 복 있는 자만이 살 수 있는 이런 좋은 집에 살고 있습니까?

주인 : 나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사연도 도움이 될는지 모르겠네요.

스님 :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으니 다 들려주시오!

 

 

주인 : 몇 해 전 엄청난 태풍이 오지 않았습니까?

스님 : 아마도 50년 만에 찾아온 큰 태풍이었지요.

주인 : 그때 뿌리째 뽑힌 나무들이 무지 많았었죠.

스님 : 그랬죠, 정말 대단했죠.

주인 : 그때 나무들이 강으로 무지 많이 떠내려갔습니다.

스님 : 그런데요? 그것하고 무슨 상관이 있으신지?

주인 : 그 당시 나무에 시커먼 것들이 득실득실 했었습니다.

 

 

스님 : 그게 뭔가요? 벌레들인가요?

주인 : 네, 마치 개미들이 득실득실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습니다.

스님 : 말 못하는 미물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들렸을 수도 있겠네요.

주인 : 그때 떠내려가는 나무에 다른 나무를 걸쳐서 개미들이 땅으로 건너올 수 있도록 해주었는데 얼마나 많은 개미들이 득실거리든지 아마도 몇 시간 동안 땅으로 건너왔었을 겁니다. 그리고는 다른 나무들에도 그런 것이 있나 싶어서 찾으러 다니면서 몇 개 나무들에 있는 개미들도 다 살려주었었죠. 그때 얼마나 뿌듯했는지 그게 내가 살아오면서 했었던 최고의 좋은 일이었습니다.

 

 

스님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관상은 심상을 절대 따라갈 수가 없군요. 당신의 관상은 비록 복이 없게 태어났지만 마음으로 베푼 복은 반드시 좋은 결과로 다가옵니다. 관상이 아무리 뛰어나도 좋은 일을 베풀지 않으면 복이 굴러들어오지 않지만 관상이 아무리 좋지 않아도 좋은 일을 베풀면 좋은 일은 반드시 열매를 맺죠. 관상은 절대 심상을 이길 수 없는 이치니까요.

출처-  의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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