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그럴 줄 알았어!

 

평소에 다른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이 마음에 안 들어 하는 ‘마루’라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실수하기만 하면 ‘내 그럴 줄 알았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한편 마루의 아들은 항상 우울해있었다. 웃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봤으면 해서 마루는 여기저기 소문을 내었다. 자신의 아들을 웃게 해주면 보상금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평소에 마루의 언행을 주의 깊게 보던 이웃집에 살던 한 노인이 아들의 우울함이 그의 말투와 혹시라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걱정해서 마루에게 조심스럽게 건넸다.

 

 

노인 : 자네는 항상 그럴 줄 알았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가?

마루 : 제가요? 제가 그런 말을 하는가요?

노인 : 잘 생각해보게!

마루 : (잠시 생각을 하더니) 그러고 보니까 그런 말을 자주 쓰는 것 같네요.

노인 : 너무도 습관처럼 쓰는 말이라서 잘 모르나보군.

마루 : 뭐 별로 대수롭지 않게 쓰는 말이라서 그렇게 관심을 갖지는 않았습니다.

노인 : 그런데 그 말이 혹시라도 자네의 아들에게 영향을 준다고는 생각을 안 해봤나?

처음에는 그 노인을 이웃집 노인이 무슨 시비라도 걸려고 왔나 하고 탐탁지 않게 생각을 했던 마루는 아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말에 그제서야 노인의 말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마루 : 아니,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제 아들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니요?

노인 : ‘내 그럴 줄 알았어!’ 이 말 뒤에는 무슨 말이 숨어있는지 아는가?

마루 : 글쎄요, 그건 저도 잘 …….

노인 : 내 그럴 줄 알았어! 자네도 모를 줄 알았지!

노인은 일부러 마루의 말투를 기분 나쁘게 흉내를 내었다. 예상했던 대로 그는 기분이 살짝 상했다.

마루 : 제가 그렇게 빈정거리듯이 야비한 말투를 썼나요?

노인 : 야비한 말투가 아니라 그 말 자체가 사람을 은근히 약 올리는 말투라네.

마루 : 정말 제가 쓸 때는 잘 몰랐는데 남이 쓸 때는 은근히 약 오르네요.

 

 

노인 : 내 그럴 줄 알았어! 너 하는 게 다 그렇지 뭐!

마루 : 저는 ‘내 그럴 줄 알았지!’라는 말만 하지, 그 뒤에 말은 쓰지 않습니다!

마루는 자신의 습관적 말투 뒤에 노골적으로 그런 야멸찬 표현을 쓰지 않는 것에 대해서 단호하게 말했다.

노인 : 내가 잘 알지! 그 뒤에 말은 쓰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야. 그러나 사람들은 그 뒤에 숨어진 말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지.

마루 : 제 속으로 쓰는 말을 상대방이 어떻게 알아요?

노인 : 상대방이 모른다는 그 생각을 자네는 어찌 그렇게 확신을 하는가?

 

마루는 할 말이 없었다.

 

노인 : 사람들은 자네의 말에서 이미 상처를 입었네.

마루 : 그게 그렇게 안 좋은 말인가요? 욕은 아니라서 뭐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는데.

노인 : 욕만 아니지 상처를 주는 말인 것은 확실해!

마루 : 그런데 왜 그렇게 깊은 상처를 입는 거죠?

노인 : 그럴 줄 알았다는 말은 자네가 이미 생각한 기대치가 있는데 그것을 뛰어넘지 못했을 때 상대방이 하도 한심해서 그러는 소리로 들리는 거라네.

마루 : 하기는 사람들이 제가 생각했던 기대치를 못 넘을 때는 그런 푸념이 저절로 나오기는 하죠.

 

 

노인 : 맞아, 사람들이 나의 기대치를 뛰어넘지 못하면 한심하고 안타까운 마음도 들지.

마루 : 제 말이 그렇습니다.

노인 : 그런데 자네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다고 생각을 하는가?

마루 : 그거야 잘 없죠.

노인 : 그러면 자네 스스로도 자네의 기대에 못 미쳐서 실망스러운 적은 없었던가?

마루 : 저도 뭐 사람인지라 그런 경우가 많이 있죠.

노인 : 그럴 때 자네는 스스로에게 어떤 벌을 내리는가?

마루 : 벌까지는 아니고, 그냥 용서하고 다음에 잘하자고 다짐을 하죠.

노인 : 다른 사람한테도 자네 스스로한테 하는 것만큼 관대했으면 좋겠군.

 

마루 : 네, 명심하겠습니다.

노인 : 그럴 줄 알았다는 것은 선입견, 기대치, 실수 등 부정적인 결과가 되었을 때 쓰는 말이지 절대 좋은 표현은 아닌 것이네. 마치 안 되기를 빌었다는 말처럼 들리니까, 한편으로는 마치 실수하기를 기다린 사람처럼 보이니까 말이야. 그래서 상대방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지.

마루 : 그 정도입니까?

노인 : 자네 아들도 그런 소리를 듣고 자랐다면 항상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네.

 

마루 : 어떤 생각이요?

노인 : 항상 자네의 기대를 저버리고 기대치를 채워주지 않는 아들이라는 중압감에 눌려 살고 있을 것이네.

마루 : 그러면 그런 말투를 안 쓰면 되는 것인가요?

노인 : 물론이지! 그런 말투와 함께 또 버려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네.

마루 : 그것은 또 뭐죠?

노인 : 자네의 기대치와 선입견!

마루 : 으흠 …….

 

 

노인 : 아들을 웃게 하고 싶다고 당장 웃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겠네.

마루 : 꼭 좀 알려주십시오!

노인 : 주눅 들어있는 자네 아들에게는 칭찬보다 더 좋은 보약이 없을 걸세

출처-  의 본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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