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타인은 나의 거울

 

 

인품이 고매해 보이는 노인이 젊은 사람과 함께 있는 모습이 눈에 자주 띄었다. 그 젊은이는 고매한 인품의 노인과는 정반대로 말투도 행동도 그렇게 단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젊은이의 난해한 언행에 손가락질하고 욕했다. 그리고 함께 다니는 노인까지도 욕을 싸잡아서 했다. 평소에 궁금함이 많았던 ‘마루’는 노인에게 다가가서 이것저것 물었다.

 

 

마루 : 혹시 …… 젊은 사람이 아들 되세요?

노인 : 아니오.

마루 : 그러면 손자인가요?

노인 : 아니오, 그런데 그것은 왜 물어보시오?

마루 : 아, 그럼 다행입니다. 배울 만큼 배운 사람처럼 보이는데 왜 저런 사람하고 어울리세요?

노인 : 다른 사람이 보기에 좀 독특한 젊은이죠?

마루 : 잘 아시네요. 그런데도 그런 사람하고 다니세요?

노인 : 함께 있으면 배우는 점이 많이 있습니다.

 

 

마루 : 배울 점이 하나도 없을 것 같은데 ……. (순간 뭔가 짚이는 것이 떠오르는지) 아! 욕하는 것하고 처신 잘 못하는 거요?

노인 : 맞아요, 바로 그런 점이오.

이때까지도 마루는 노인도 살짝 정신이 이상한지 알았다.

마루 : 함께 다니시더니 안 좋은 쪽으로 물이 많이 들었나보네요.

노인 : 당신이 생각하기에는 내가 살짝 이상해보일 겁니다.

마루 : 살짝이 아니라 많이 이상해보입니다.

 

 

노인 : 아마도 그럴 겁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내가 그 젊은이를 지켜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마루 : 저희는 그 이유를 모르니까 할아버지도 함께 싸잡아서 이상하게 봅니다.

노인 : 그렇다면 해명이 필요하겠군요.

마루 : 함께 다니는 것은 자유니까 해명까지는 필요 없지만 그래도 제 개인적으로 주변에 서성거리는 이유가 알고 싶습니다.

노인 : 그럴 테죠. 사람들은 좋은 점이 있는 사람에게서 좋은 점을 배우려고 애를 씁니다.

 

 

마루 : 그거야 사람이라면 당연한 거죠.

노인 : 나는 안 좋은 것을 보면서 배우죠.

마루 : 안 좋은 것에서 대체 배울 것이 뭐가 있어요?

노인 : 저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요.

마루 : 그것, 말은 되네요.

노인 : 세상에는 배울 점을 가진 사람도 많지만 그런 사람은 신문에서나 볼 수 있지요. 내 주변에서는 저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이 더 많이 있습니다.

 

마루 : 음 …….

노인 : 다른 사람들은 남의 잘못된 행동을 보면서 욕을 즐기기만 하고, 그 사람하고 똑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는 그 젊은이의 잘못된 행위를 보면서 나는 혹시 저렇게 살고 있지는 않은가를 반성하고,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서 저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것을 봅니다. 그러니 내가 겪어야 할 실패와 실수를 나대신 겪어주니 얼마나 고맙습니까? 수많은 실패와 실수를 내가 다 겪기에는 한 개인의 인생은 너무나 짧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그 젊은이의 언행에서 분노를 느끼지만 나는 그 젊은이에게 감사함을 느낍니다. 나는 저 젊은이의 언행에 손가락질을 하는 다른 사람들의 분노를 보면서 나는 저렇게 살지 않아야지 하고 또 한 번 다짐과 거듭 반성을 합니다. 타인은 나의 거울입니다. 타인이 없으면 내가 잘하고 못하는지 나의 언행을 비추어볼 수 있는 거울이 없게 되지만 타인이 존재함으로써 타인을 통해서 거울처럼 나를 비추어볼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합니까?

출처-  의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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