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개의 관상

 

 

 

 

 

 

옛날에 개의 관상을 무지 잘 보는 노인이 있었다. 개가 눈을 뜨기도 전에 가지고 와도 족집게처럼 개의 관상을 척척 알아맞히는데 보는 이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 개는 성질이 점점 사나워질 거라거나 저 개는 온순하여 주인을 잘 따를 거라고 말하고 나서 정말 그 새끼 개를 데려가면 몇 달 뒤에 노인이 말한 대로 성질이 사납거나 온순하게 변해있었다. 단, 개의 주인이 바뀐 경우에는 다시 관상을 봐야 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물어보면 노인은 그 주인이 바뀌면 환경도 바뀌어서 개의 성질도 달라진다고 했다. 인근에서 용하다고 소문이 나서 개의 관상을 보면서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이제 노인은 나이가 들어서 아들에게 개의 관상 보는 법을 알려주려고 했다.

 

 

노인 : 나는 이제 몸이 좋지 않으니까 네가 그 기술을 대신 익혀라.

아들 : 네.

노인 : 자, 책을 펴라!

 

책을 펴는 순간 아들은 놀랐다. 의례히 개의 관상책일 줄 알았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그림이 나왔다.

 

아들 : 그런데 왜 개의 관상책이 아니고 인간의 관상책입니까?

노인 : 개의 관상책은 세상에 없다. 그래서 인간의 관상책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

 

 

아들 : 하기는 그도 그렇겠네요. 그러나 아버지께서 개의 관상책을 만들면 되지 않겠어요?

노인 : 그런데 만들 수가 없단다.

아들 : 아버지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만들 수 있을 텐데요.

노인 : 나의 기술이라도 개의 관상책은 만들 수가 없단다.

 

아들은 의아해했다.

 

아들 : 여태까지 개의 관상을 전문으로 보셨는데 그런 책을 만들 수 없다니 믿겨지지 않습니다.

노인 : 그렇지, 그것으로 밥을 먹고 사는 내가 개의 관상책을 만들 수 없다니 많이 당황스러울 것이다.

 

 

아들 : 인간의 관상책을 공부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거기에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람 상대를 하려면 사람도 알아야 하니까요

노인 : 개의 관상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아들 : 그것을 질문이라고 물어보시다니요? 당연히 있으니까 개의 관상을 보는 것 아닙니까?

노인 : 모두가 그렇게 생각을 하지만 사실 개는 관상이 없다.

 

아들에게 반전도 그런 반전이 없었다.

 

아들 : 그럴 리가요? 그러면 아버지께서는 어떻게 그렇게 잘도 알아맞히십니까?

노인 : 내가 개의 관상을 볼 때 주인에게 시키는 주문사항을 잘 알고 있지?

 

 

아들 : 네, 늘 지켜봐온 걸요.

노인 : 그게 뭐였지?

아들 : 개를 주인의 품에 안고 개의 관상을 자세히 볼 수 있도록 개의 얼굴이 아버지 쪽으로 향하도록 하는 거죠.

노인 : 그렇지! 그것은 왜 그러겠느냐?

아들 : 그거야 개의 관상을 자세히 잘 보기 위해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는 것 아닙니까?

노인 : 반은 맞고, 반은 잘못 알고 있는 거다.

아들 : 그러면 다른 뜻이라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노인 : 사실은 사람의 관상을 보기 위해서란다.

아들 : 사람의 관상을 봐서 무엇을 하려고요?

노인 : 개는 관상이 없단다. 더더구나 눈도 안 뜬 개가 무슨 관상이 있겠니?

아들 : 그러면 사람들 상대로 사기 치는 건가요?

노인 : 사기라니! 내가 관상을 봐줘서 틀린 적이 있느냐?

아들 : 아니요, 사기는 절대 아닙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확신을 갖고 있으니까요.

노인 : 개는 본래부터 관상이란 게 없단다.

 

 

아들 : 그러면 무엇으로 개의 관상을 정확히 짚어내십니까?

노인 : 주인의 관상을 보면 개의 성질을 알 수가 있어.

아들 : 아하! 그래서 주인의 관상을 보고 개의 성질을 알아내는군요.

노인 : 그렇지! 이제야 나의 비결을 알겠느냐?

아들 : 그런데 어찌 그렇게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노인 : 개는 주인을 따라 성질이 변하게 되어있다. 처음 태어날 때는 순백의 도화지처럼 순수하지만 주인의 성질이 고약하고 더러우면 개도 성질이 더러워지고, 주인의 성질이 온순하면 개의 성질도 자연이 온순해진다. 눈 뜨기도 전에 다른 주인으로 바뀌어도 바뀐 주인의 성질을 따라 변할 수도 있고 말이다.

아들 : 그런데 왜 개가 주인의 성격에 따라서 성질이 변할까요?

노인 : 주인이 문제지.

아들 : 무슨 문제요?

 

 

노인 : 관상이 사나운 주인은 개를 괴롭혀서 성질이 사납고 더러워지도록 자꾸 자극을 주지. 그래서 결국은 개의 성질이 사나워지는 거란다. 그래야 그 개도 그 주인에게서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지 않겠느냐? 관상이 선한 주인은 개를 따뜻하게 쓰다듬어주면서 온순하게 자라도록 키워나가지. 개는 그런 주인에게 성질을 부릴 이유도 없고 유순하게 성장을 하지. 개가 무슨 잘못이 있겠니? 다 주인 잘 만나고 못 만난 죄지. 결국 개의 관상은 없지만 주인의 관상에 따라 성질은 변해가는 거니까 사람의 관상을 배워야 개의 관상을 제대로 알 수 있단다.

 

출처-  의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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